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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사상과 무용포스트모더니즘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포스트모던 사상과 무용포스트모더니즘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포스트모던 사상과 무용포스트모더니즘 >

Ⅰ. 서 론

모든 예술작품에는 시대성이 있다. 즉 어느 시대의 문화이던, 그 시대에 맞는 예술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결코 고대 그리스인들의 시대적 예술감각을 가질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탄생했던 미술, 조각 등의 작품들은 바로 그 고대 그리스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시대의 예술인 포스트모던 예술은 현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환경에 완벽히 연동되어 빠르게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술에서 유화, 파스텔화, 목탄화 등은 컴퓨터 등의 과학기술 발전에 의해, 수작업이나 붓을 이용하지 않고도 새롭게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기술(technologies)'의 도전을 받고 있다. 가장 치밀한 인간 두뇌의 계산과 잘 훈련된 인식작업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여겨지던 전통회화기법이 신기술개발에 의한 과학과 예술의 접목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림이라는 것이 화가의 수작업의 기법이 아니라, 그림을 제작하는 도구 혹은 기계를 얼마나 잘 조작하는가 하는 능력에 딸린 것이 되었다. 음악에서도 기존 전통음악의 가락(pitch)이나 화음(harmony)을 벗어나, 원초적인 음을 찾는 작업이 시작되고,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는 위성파를 타는 MTV의 프로그램은 기존 '고급예술(high art)'을, 비록 미완성 작품이기는 하지만, 패로디(parody)하고, 패스티쉬(pastiche)하면서, 포스트모던 예술을 대량으로 보급하는 창구역할을 한다. 그리고 랩(rap), 힙합(hip-hop) 등의 무용움직임을 펼치면서, 급격한 절충주의(eclecticism)를 무용에 도입시킨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예술형태가 MTV 등을 통해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벌써 공중파(airwaves)를 타고 우리의 가슴속에까지 파고들고 있으며, 무용예술도 결코 이 물결을 거스르지 않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맥락에서 본 논문에서는 과연 무용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은 무엇인가를 명쾌하게 확인해 본다. 이를위해 우선 첫번째로, 예술사조로서의 포스트 모더니즘은 무엇인가를 살피고, 그 다음 두번째로는, 다양한 포스트모던 사회학이론을 알아본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포스트 모던 시대의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확장되며 발전해 나가는가를 살핀 후, 논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용에서의 포스트 모더니즘 상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60년대와 70년대 사이의 포스트 모던무용(postmodern dance)과 8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발전해오는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postmodernist dance)과의 차이점을 정교하게 구분해 본다.

Ⅱ. 포스트 모더니즘의 태동

지금 우리들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약간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대략 1970년대 후반부터 우리사회는 정치-경제적(political-economic) 형태뿐 아니라 문화(cultural) 형태에서도 아찔하다고 할 정도의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서구 문화와 문명의 번영이 힘차게 계속되는 모더니즘의 발달과 함께 끝없이 공존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은 모더니즘의 종말과 함께온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자만에 넘친 환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모더니즘 시대의 모더니티(modernity)사상은 인간발전(human progress)의 희망과 가능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모더니티사상의 끝없이 집요했던 혁신(innovation)과 변화(change)에 대한 추구는 불안정, 불평, 불만족 등을 한없이 야기시켰고, 이는 결국 모든 인간경험을 부인하고, 존재의 의미 자체도 상실케 만든다(Smart;1993:88).

하이모더니즘(high modernism)의 이런 지나친 심각함이 문화사상연구 부문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모더니즘의 심각함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면서 포스트모던(postmodenity)사상은 새로운 태평함(insouciance), 새로운 즐거움(playfulness)과 새로운 절충주의(eclecticism)를 선보인다. 포스트모던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y)는 그의 논문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에서 "우리는 지금 모더니티의 악몽에서 깨어나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탄생으로, 유일보편의 독단적인 인간역사(a universal human history)를 만들고자 하던 모더니티의 비밀스럽고 환상에 가득찬 망상은 깨어졌다"라고 했다(Jenks:1992:300).

모더니스트 예술이 틀이 잘 짜여지고 섬세한 형식을 가지고, 미학적으로도 완벽함을 추구했다면, 포스트 모더니스트 예술은 미완성적(fragmentary)이며 절충적(eclectic)이다. 기존 제도와 관습에 격렬히 반발하던 모더니즘의 아방가드(avant-garde) 정신과 과격하다고 할 정도의 집요한 새로운 예술형태 창조의 추구는 이제 사라졌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아이러니(irony), 패스티쉬(pastiche), 냉소주의(cynicism)를 즐기면서 상업주의(commercialism)와 함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때로는 철저한 허무주의(nihilism)에 빠지기도 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예술미학적인 영역과 기준을 무너뜨려 넓혔으며, 심지어는 첨단 상업주의라고 할 수 있는 광고까지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더우기 포스트 모더니즘은 활발히 확장되어가고 있는 소비자 자본주의(consumer capitalism)까지 흡수시킨다. 따라서 모더니즘이 고상하고 순수한 소위 말하는 고급예술(high art)에 대한 추구였다면, 포스트모던 예술은 '안되는 것이 없는 (anything goes)' 예술이며 모든 대중적인 미학을 수용한다. 이런 포스트 모더니즘의 개방성은 현재 모든 예술, 즉 건축, 무용, 음악, 미술 등과 팝아트(pop art) 등에서 만연되고 있다. 모더니즘예술이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개혁과 순수함(novelty)을 추구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과거에 대한 향수, 그리고 새롭게 절충되어 나타나는 예술의 스타일과 양식 등 어느시대의 예술이라도 배격하지 않고 절충하여 받아들인다. 우리는 지금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Ⅲ. 포스트모던 사회학이론

미국의 사회학자 더글러스 켈너(Douglas Kellner)는 1988년 사회학저널 'Theory, Culture & Society'에 게재된 그의 논문 '사회학 이론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몇가지 도전과 문제점들(Postmodernism as Theroy: Some Challenges and Problems)'에서 "예술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토론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나, 새로운 사회학이론으로서의 포스트모던 사회학이론(postmoder social theories)은 197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라고 했다(1988:240).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릴라드는, 포스트모던 사회(postmodern society)를 과격한 정보유통으로 모방(simulations)과 허상(simulacra)이 만연되고, 이들이 다시 새로운 사회질서와 문화경험(culture experience)을 만들어내는 사회라고 했다. 또 다른 프랑스 사회학자 장 프랑소아 리오타드(Jean-Francois Lyotard)는 1984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포스트모던의 조건(Postmodern Condition)'에서 "포스트모던 사회탄생은 모더니티의 큰 희망의 종말을 고한것이며, 과거에 생각되어오던 하나의 완벽한 사회이론 이나 혁명적인 사고방식의 불가능함을 알리는 것이다"라고 했다(Kellner:1988:240).

반면에 또 한명의 다른 유명한 프랑스의 포스트모던 사회학자인 프래드릭 제임슨은 1984년에 발표된 그의 논문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자 문화(Postmodernism and Consumer Culture)'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문화적 빈혈(Cultural Schizophrenia)에 빠진, 혼성모방예술, 즉 패스티쉬(pastiche)라고 했다. 그는 현시대의 포스트모더니스트 예술(postmodernist art)은 새로운 의미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art about art itself)'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제임슨이 말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은 하이모더니즘에서 추구하던, 예술의 본질을 파고드는 미니멀리즘의 의미가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이 더 이상 창조능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제임슨은 포스트모던 예술은 필연적으로 예술적인, 그리고 미학적인 실패를 할 것이며, 더 이상 새로움의 창조정신은 사라지고, 과거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예술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스타일이나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조해 낼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은 벌써 창조되어 있기 때문에 단지 기성예술을 새롭게 조합하는 정도의 일만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포스트모던 사회이론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는 사회학자들도 있다. 예를들면, 앞에서 말한 더글러스 켈너 같은 경우는 우리사회가 완벽히 포스트모던의 형태로 굳혀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포스트모던 상황을 단순히 하나의 변환기적인 사회(society in transition)형태라고 보았다(Kellner:1988:240). 그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과거의 사회학이론을 완전히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단지 과거의 사회학이론을 오늘날의 조건에 맞게 발전시키고, 현대화시키고(update), 확장시킬(expand)필요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본대로, 포스트모던에 대한 사회학 이론은 다양하며, 결코 하나로 통일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다양한 이론적인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 통일된 의견이 있다. 그것은 다원화주의(pluralism)가 포스트모더니티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이라는 것이다.

즉 영국의 포스트모던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주장했듯이, 포스트모더니티의 가장 중요한 특질의 하나는 문화(cultures), 사상(ideologies), 삶의 양식(forms of life)등의 전반에 나타나는, 항구적이며 축소될 수 없는 다원화주의의 팽배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포스트 모더니즘은 유일독선적인 세계관의 종말이요, 단 하나의 사상의 추구에 대한 반발이며, 무엇이던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차이점(difference)에 대한 경의(respect)라고 볼수 있겠다(Jencks:1992:11).

Ⅳ. 포스트모던 문화와 예술의 확장

앞에서본 이런 여러 가지 드라마틱한 사회적 변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문화 (culture) 혹은 예술(arts)에 대한 개념자체를 흔들리게 한다. 심지어는 예술에 대한 미학적인 기준이나 판단까지 변화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일반대중의 시각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 전체를 위한 예술의 추구가 일어난다.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오늘날 전통예술(the traditional art)이 실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요즈음 대부분의 대중 문화경험은 상업적인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문화 미디어(cultural media)와 문화 상품(cultural commodities)들이 대중문화 선도의 주역이 되고 있으며, 그 형태도 갈수록 국제화(international)되고 있다(Hewison:1990:65).

또한 이러한 다국적 미디어(multi-national media)와 다국적 상품(multi-national commodities)을 통한 국제적인 문화교류(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s)는 개별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the globalization of culture)에 따라, 문화의 국경 개념도 현저히 무너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국가문화(national cultures)와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ies)확보라는 쉽지 않은 새로운 이슈를 떠안고 있다. 사실 국가 개념에서 보면, 각국의 정부는 확장되고 있는 세계문화(global culture)에 대한 새로운 정책수립을 요구받고 있다.

영국의 문화이론가 폴 윌리스 (Paul willis)가 말했듯이, 각국의 정부는 한편으로는 그들 국가 외부에서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문화교류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단결이라는 의미에서 그들의 문화 유산(cultural heritage)을 철저히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이중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이다(Willis:1990:11).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다니엘 벨(Daniel Bell)은 그의 유명한 저서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 (The Cultural Contradictions of Capitalism)'에서 사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3가지로 나눴다 (1976:33). 기술경제 구조(the techno-economic structure), 국체(the polity), 그리고 문화(the culture)를 바로 그 세개의 중요한 사회구축요소로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 국가에서 이 세개의 요소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요소는 바로 문화 라고 했다(Crane:1992:12).


새로운 사회가 우리들에게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 20∼30년동안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런 변화는 우리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새로운 질서 구축을 요구 했다. 무용이라는 예술도 이런 추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Ⅴ. 무용포스트모더니즘

우리가 포스트모던 무용(postmodern dance)에 대한 토론을 할려고 한다면, 그전에 먼저 과연 무용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무용은 다른 예술들보다 예술사조추세를 늦게 따라 갔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용의 포스트모더니즘 정의도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무용이론가 이며, 무용미학자인 데이비드 미첼 레빈(David Michael Levin)은 1990년에 발표된 그의 논문 '무용포스트모더니즘 : 무용과 언어와 민주주의(Postmodernism in Dance : Dance, Discourse, Democracy)'에서 그동안 무용에서 모더니스트(modernist)와 포스트모던(postmodern)이란 용어를 너무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해오던 것이, 도리어 역으로 무용 발전의 흐름을 정확히 연구하는데, 혼란만 초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60년대 초기 모더니스트 무용(modernist dance)의 과격한 이탈(radical disjunctions)과 일시적인 모호함(temporal ambiguities)을 무용발전의 한 역사로서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런 그의 무용 역사 개념은 무용 포스트 모더니즘의 분석을 체계적으로 가능케 한 중요한 업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레빈은 무용에서 포스트모던 시대는 두 개의 명확한 다른 시기로 나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다른 예술에서는 모더니즘의 일부인 모더니스트 시대로서, 196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의 무용 흐름을 말했다. 아직도 하이 모더니즘의 전통적인 요소인 본질을 파고드는 무용의 추구, 즉 미니멀리스트 무용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시기는, 다른 예술에서의 본격적인 포스트 모더니즘의 일부인 포스트 모더니스트 시대(postmodernist phase)로서 198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본다. 여기서는 그동안 모더니스트(modernist)들이 탐구해오던 모든 모더니즘의 찌꺼기가 완전히 제거되어 버리고, 철저히 배격된다(Silverman:1990:214). 따라서 무용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1970년대말까지 계속되었던, 포스트모던 무용(postmodern dance)과, 1980년대 이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postmodernist dance)의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Ⅵ. 포스트모던 무용과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

우리가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postmodernist dance)의 개념을 정확히 포착할려면 그 이전에 탄생하여 진행되었던 포스트모던 무용(postmodern dance)의 개념부터 먼저 철저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먼저 포스트모던 무용(앞에서도 보았지만 사실은 다른 예술에서는 하이모더니즘, 즉 모더니스트 상태이다)의 발전상황부터 살펴보겠다. 모더니즘의 후기(high modernism)에 나타나기 시작한 모더니스트 예술(modernist art)에서는 음악, 미술, 조각, 건축 등 모든 예술의 작품들이 가장 철저하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요소만으로 축소되어 표현되었다(미니멀리즘의 현상이었다). 마찬가지로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모더니스트 무용(modernist dance)에서도 무용움직임의 본질, 즉 가장 순수하고 단순한 움직임을 추구했다.

예를 들면 당시 미국 뉴욕의 잣슨 무용단(Judson Dance Theatre)에서 공연하던 이본 레이너(Yvonne Rainer),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스티브 팍스톤(Steve Paxton), 루신다 차일드(Lucinda Childs) 같은 젊은 안무가들은 전통적으로 그 이전 무용들이 추구하던 정확한 연기묘사나 환상적인 미학창조 등의 목표를 철저히 배격한다. 인물성격묘사(character), 스토리묘사(narrative), 연극적인 설명(representation), 과도한 표현주의(expressionism) 등을 철저히 포기하고 무용예술의 가장 본질적이며 근본적인 구조만 나타내려고 했다. 그들은 미학적(aesthetically)으로 철저하게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구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사적으로 정확히 말한다면 잣슨 무용예술가들의 무용은 결코 모더니즘의 끝부분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며 어떻게 보면 그들은 모더니즘의 변형과 종말을 강하고 격렬하게 요구한 세대들로 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들은 포스트모던 무용 정의의 애매함(ambiguities)을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무용역사에서 말하는 포스트모던 무용은 결국 다른 예술에서 말하는 모더니즘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무용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 명심해야 될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는 다른 예술과 문화장르에서도 각 예술과 문화의 역사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예술에서 사용하고 있는 포스트모던 개념을 꼭 무용에서도 따를 필요가 없다. 무용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 적용방식이 꼭 다른 예술의 적용방식과 같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용에서는 앞에서 보았듯이 무용철학자 레빈이 '모더니스트' 시대와 '포스트모더니스트'시대의 미학을 신중하고 정교하게 구분해냄으로서 무용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잣슨 무용단의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의 활동을 '포스트모던 무용 (postmodern dance)'으로 보고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스트 예술의 틀에 맞춰 새롭게 탄생한 무용을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postmodernist dance)'으로 보았다.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신진 안무가 미첼 클락(Michael Clark)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그의 무용에 천사같이 우아한 무용움직임과 함께 걷는 움직임(pedestrian movement)을 혼합시켰고, 무용도중 대사가 나오는 녹음기를 틀기도 했다. 커닝험의 무용기법과 클래식 무용기법을 함께 사용했으며 거기에다 클락 자신이 개발한 끊어치는 듯한 스텝을 가미시켰다. 펑크 락 음악의 빠르고 마찰감있는 리듬을 사용하면서 약간은 천박하게 보인다고 싶을 정도로 엉덩이와 어깨를 흔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초기의 포스트모던 무용(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과 달리)은 결코 반모더니즘(anti-modernism)이 아니었고 그 이전에 과다한 표현위주로 흐르던 그래함 등의 현대무용에 대한 반발로 생긴 반현대무용(anti-modern dance)을 표방한 무용으로 볼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도 그 이전의 포스트모던 무용의 지나친 무용본질 추구에 대한 반발로 생긴 반미니멀리스트(anti-minimalist), 반포스트모던 무용(anti-postmodern dance)으로 볼 수 있겠다.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은 포스트모던 무용의 지나친 미니멀리즘 추구를 배격하면서 무용에서 표현적인 요소도 다시 가미시키기 시작한다.




Ⅶ. 결 론

20세기 후반의 가장 활발한 무용저술가이며 무용이론가라고 할 수 있는 셀리베인즈(Sally Banes)는 1987년에 재발간한 그녀의 저서 '운동화를 신은 무용요정들(Terpsichore in Sneakers)'에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스트무용(postmodernist dance)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포스트모던무용(postmodern dance)과는 본질적으로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했다.

포스트모던 무용의 작품들은 그들 자신의 관습과 스타일과 미학적인 기준의 틀을 스스로 만들고 그 틀 속에서만 움직였으나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은 모든 기법의 무용, 즉 전통의 화려한 기법이나 비무용(non-dance) 움직임까지를 자유롭게 수용한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스트무용은 결코 하나의 독선적인 사상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는 오래된 전통발레의 기법도 수용하고 전통무용미학을 혼성모방(pastiche)하기도 하고, 모방개작(parody)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포스트모더니스트무용은 이의 다양한 스타일과 자유스럽고 편안한 절충적인 감각이 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60년대와 70년대 미니멀리스트 포스트모던 무용수들이 주로 특별한 무대 복장없이 일상복장으로 공연하였지만, 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스트무용은 다시 표현을 위해 첨단유행감각을 따르는 화려한 무대의상을 사용하기도 했다. 의상, 소품, 조명, 무대세트 등이 다시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안무가들은 무용안무에 영화, 연설, 노래, 일반소품 등 모든 것들을 동원한다. 더우기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은 그들의 무용표현 영역을 넓히기 위해 모든 스타일의 움직임이나 무용기법을 도입한다. 무용기술습득에 대한 새로운 열풍이 분다. 비트(beats), 점프(jumps), 하이 익스텐션 (high extensions), 빠른 스텝, 정교한 리듬, 아라베스크와 에티튜드 라인 등 모든 기법이 무용에 동원된다. 그리고 무용안무때 복잡한 무용구조 창조에 다시 관심을 가진다. 무용수들은 모두 다시 발레를 배우고, 커닝험 기법을 배우면서, 스티브 팍스톤의 콘택트 임프라브제이션(contact improvisation)에 심취한다(Mackrell:1991:56).

한마디로 말하면, 60년대와 70년대의 무용이 무용의 의미를 보이는 대신 무용의 본질 그 자체를 보였다고 한다면, 80년대의 무용은 더욱더 충동적이며 구체적이고, 빛나고, 매력적인 무용을 추구한다. 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스트 무용은 예술자체의 본질적인 목적도 추구하면서 일상생활의 미학화(aestheticization of everyday life)도 병행한다.

지금까지 본대로 지난 20∼30여년동안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났으며 이런 변화들은 우리 사회, 문화, 예술전반에 새로운 질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근래 서양의 사상과 학문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포스트모던 사상의 영향으로 무용에도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우리가 무용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무용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전체의 환경변화는 물론이요, 예술 및 미학개념의 변화도 민감하게 포착하고 있어야 한다. 시대가 새로운 예술을 원하고 있으며, 시대를 놓치는 예술은, 그 시대에 낙오되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되겠다.(송종건/무용평론가/blog.chosun.com/sjkdc/48회)


참 고 문 헌

- 서 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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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동창회 홈피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