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무용과 오페라' 창간사 >
어디선가 이미 말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쩌다 미국을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적지 않다. 클래식한 건물들이 도시 전체를 넓고 장쾌하게 자리 잡고 있던 '건축의 도시' 시카고, 낭만의 풍경이 상쾌하고 애잔하기만 하던 센 프란시스코 등이 된다. 그런데 결국은 뉴욕 위주의 방문을 하게 된다. 결코 높은 빌딩의 건물들을 다시 보러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물론 화려한 맨해튼 거리에서 럭셔리한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더 더욱이나 아니다.
시즌 기간 동안에는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의 클래식발레와 오페라가 풍요롭게 공연되고 있는 링컨센터에 가기위해서다. 이곳에 가면, 아무래도 무용의 입장에서 '공연예술(performing arts)'을 보고 있는 평자는 뉴욕시티발레단의 클래식발레를 먼저 체크하지만,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오페라 공연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발레와 오페라 공연과 겹치지 않는 날에는, 이번(2012년 1월 10일) 말러 교향곡 9번 공연 도중 객석에서 아이폰의 알람이 울려 공연이 중단되어 또 다시 세계의 외신을 타기도 한, 에버리 피셔(Avery Fisher)홀에 있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을 본다. 파리나 런던을 방문할 때도 거의 마찬가지다. 파리에서는 가르니에극장과 바스티유극장을 오가며, 그리고 런던에서는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새들러스웰스극장 주위를 하루 종일 서성이면서, 클래식발레와 오페라 그리고 현대무용 공연 보기 등을 시도하게 된다.
그런데 근래 일부에서 "클래식예술은 죽어간다", "이제 발레나 오페라 등은 그 수명이 다해가는 사양예술이다", 등등의 의견을 내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평자가 보기로는 결코 아닌 것 같다. 뉴욕 링컨센터의 거대한 3개의 공연장의 객석은 날마다 순수 클래식예술 애호가들로 가득 차고 있었으며, 기존 가르니에극장으로는 넘치는 관객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바스티유 공연장이라는 거대한 클래식공연장을 현대식으로 새로 지워 확장시킨 파리오페라발레극장의 발레 공연과 오페라 공연도 공연 때마다 관객들로 넘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영국 런던의 로열오페라하우스의 공연도, 거의 모든 공연 때마다 티켓을 구하기 정말 힘들 정도로, 기품 있고 젠틀한 관객들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대단히 고무적인데, 현재 우리나라 클래식발레와 오페라의 관객들의 수준과 관객 수도 계속 높아지며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물론 세계적인 콩쿠르 등의 입상에서도 확인되지만 우리 예술가들의 기량도 '세계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세계의 언론들이 실제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2010년 12월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 매거진은 2010년 연말 결산호에서 '2011년 글로벌 어젠다'를 소개하면서, "예술부문에서 향후의 트렌드로 동양을 기반으로 한 서양 음악의 발전을 꼽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잡지는 "오페라가 교육열이 높은 동양에서 '제2의 중흥'을 맞아 한국 등이 새로운 오페라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고 한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오페라와 무용을 함께 다루겠다는 자세로 바로 이 '무용과 오페라'라는 잡지가 창간된다. 주지하다시피 클래식발레와 오페라는 거의 같은 탄생의 배경을 가지며,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함께 공연되며 함께 발전해 왔다. 앞에서 이미 말했지만, 평자가 세계 유수의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해보면, 언제나 발레와 오페라가 함께 공연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두 장르 - 사실은 그 '역사적 배경'과 '음악을 바탕으로 상징적 표현을 이룬다는 미학적 공통성' 등을 보면 하나의 장르라고 보아도 된다 - 를 본격적으로 함께 다루는 잡지는 없었다. 바로 이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무용과 오페라'는 창간된다.
'무용과 오페라'는 영국 런던 라반센터에서 무용학 석사(Mater of Arts in Dance Studies)를 마친 - 전공은 무용정치학(Dance Politics), 무용미학(Aesthetics of Dance), 무용사(Dance History) 등이다 - 평자가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총회 신학대학원 교수인 김규현선생을 주필로 모시고 함께 만든다. 이 잡지의 발행인 및 편집인인 평자가 클래식발레와 현대무용 및 한국무용 등 무용 쪽을 주로, 그리고 김규현 본지 주필이 오페라와 음악 등을 주로 담당한다.
그리고 이 잡지 발행에는 뚜렷한 목표와 원칙이 있다. 결코 '싸구려 협잡'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실력 있고 올바른 사람이 빛나는 오페라계 그리고 무용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목표이며 원칙이 되지만, 이런 목표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그동안 국내외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잘못된 '세력' 혹은 잘못된 '시스템'이 많은 능력 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사라지게 해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무용과 오페라'는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능력 있는 순수 예술인들의 올바른 발전을 가로 막는 '폐쇄적이고 불공정한' 세력이나 시스템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하여, 이를 개선해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용 등을 포함하는 문화예술계는 결코 사이비 문화 권력들에 의해 장악되게 해서는 안 되며, 오직 자신의 예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순수 예술인들이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희망이 생명처럼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문화예술계를 만들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잡지의 모든 판단과 주장은 학문적 그리고 예술적 근거를 제시하며 이루어진다. 건전한 논쟁이 없는 커뮤니티는 죽은 집단이 된다. 그런 '죽은' 집단에서는 희망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무용과 오페라'는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근거를 대는 '건전한 논쟁'을 끊임없이 펼쳐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함께 '예술적 이야기' 혹은 '예술적 글쓰기'의 수준을 높여 나가는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무용과 오페라'의 '오페라 글쓰기(opera writing)'와 '무용 글쓰기(dance writing)'가 우리 문화예술 전체의 지식수준을 확장시키고 그 미학적 예술적 기품을 높이는 '고도로 정제된 지성적 언어의 결정체'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며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무용과 오페라'는 결코 아무런 근거 없이 칭찬하거나, 결코 아무런 근거 없이 비판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오페라인이나 무용인들은 끝까지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무용과 오페라'는 예술창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작업인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 순수 예술인들에게는 끝까지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객관적인 실력을 완벽하게 무대 위에서 펼치는 예술인들에게는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낼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예술적 실력이 나타나지 않는 엉터리 공연을 이루면서, 사이비 평론가나, 사이비 기자나, 사이비 잡지 등의 엉터리 평론을 받으며, 이제 한 해 수백억 원이 넘는 국가예술지원금 등을 난도질하고 있는 공연의 경우 등에 대해서는, 그 잘 못된 내용을 끝까지 추적하고 확인하여 사회와 국가에 알려나가 희망이 살아 있는 건전한 문화예술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여기서 다시 중앙일보 2011년 12월 30일자에 '도둑놈도 하지 않는 행동들'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양선희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글의 일부를 재인용해보면, "명(明)대의 문학가 풍몽룡(馮夢龍)은 '자기 악행을 기발하게 미화할 줄 아는 사악한 인물은 오직 성인만이 정확히 알아보고 과감하게 처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무용과 오페라'의 편집진이 다시 죽었다가 태어나도 결코 '성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사악함'을 가려내어 우리 무용 등을 포함하는 문화예술계를 희망이 살아있는 건전한 커뮤니티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음악 및 무용 잡지가 있어왔다. 그런 잡지들이 순수 예술인들 사이에서 어떤 '말'을 듣고 있는지 잘 알면서 '무용과 오페라'를 창간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는 작년에 이 세상을 홀연히 떠난 'IT와 인문학의 천재 스티브 잡스의 고집', 'Think Different(다른 것을 생각하라)'를 명심한다. '무용과 오페라'는 결코 그런 잡지와는 '다른' 잡지가 될 것이다.
평자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문화예술에 관한 글쓰기'를 한다는 말을 조금씩 들어왔다. 이 잡지 창간 후에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스토리를 '무용과 오페라'에서는 찾을 수 있다"라는 행복한 말을 계속 들었으면 한다. 결코 쉬운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임진년 구정 연휴 첫날 이른 아침부터 이 창간사를 쓰는 동안 계속 평자의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독자 여러분들의 사랑과 도움의 힘이 결정적이다.
임진년 '용의 해' 흑룡의 기상을 받으며, 2012년 1월 21일 낮 12시, '무용과 오페라' 편집실에서,
본지 발행인 송 종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