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크랩

콩 세 알의 농심 農心 / 이어령

콩 세 알의 농심 農心 / 이어령 

김인수 작품

 

 

      콩 세 알의 농심 農心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서 콩을 심고 있었다

      손자가 흙에 구멍을 내면 할아버지는 콩 세알을 넣고 흙을 덮었다

      손자가 이상해서 물었다

      "할아버지 구멍하나에 콩 한알만 심으면 되지 왜 세알씩 넣으세요?"

      할아버지는 구슬땀을 씻으며 허허 웃으신다

      "그래야,하늘을 나는 새가 한알 먹고 땅에서 사는 벌레가 한알 먹고

      나머지 한알이 자라면 사람이 먹는 거란다"

       

      맞다.

      그렇게 굶주리고 배가 고픈데도 감 하나를 따지 않고 남겨두는 까치밥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곁두리를 먹기 전에 음식을 던지는 고수레의 풍습

      콩 세 알을 뿌리는 이 마음을 옛 조상들은 삼재사상 三才思想 이라고 불렀다

      천天  지地  인人

      하늘, 땅 ,사람의 세 힘이 한데 어울려 사는 세상

      <콩 세 알>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하늘을 나는 새는 쫓아버리고,땅속에 사는 벌레는 농약과 제초제로 죽인다

      그렇다고 우리 인간이 과연 콩 세 알을 모두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조상들처럼 자연을 사랑한 사람들도 없었을 거다

      봄에 벌레들이 알을 까고 나오는 시기에는 반 정도만 조여

      느슨하게 짚신을 삼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오합혜 五合鞋 를 신고 다니면

      벌레들이 밟혀 죽는 걱정을 않아도 되니까 고수레 라는것도 있다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때 '고수레'하면서 음식을 조금씩 던진다

      세끼밥도 못챙겨 먹던 사람들이 벌레와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려는 풍습이다

       

       까치밥은 또 어떤가? 감나무의 감들이 저녁 해처럼 빨갛게 익으면

      사람들은 겨울에 먹으려고 감을 딴다

      하지만 감나무 꼭대기에 열린 감하나는 따지 않고 그냥 둔다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까치들이 먹으라고 남겨두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감을 딸때면 으례 할머니들은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까치도 먹고 살아야제.하나 내비두야 된대이"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규경은 이런말을 남겼다

      "천지인 天地人 을 알지 못하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

      하늘의 힘은 농사철의 계절 변화를 일으키고 바람과 햇빛 그리고

      단비를 내려 농산물을 자라게 한다

      그런데 그것 만으로는 안된다

      땅이 있어야 한다  흙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의 힘만 있으면 될까?

      천만의 말씀 이다

       

      흙을 북돋우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사람의 손이가지 않으면 농산물은 생길수 없다

      한자로 쌀 미米 자를 써 보라

      열십十 자에 팔 八 자가 두개 ,여든 여덟 번 八 十 八 사람의 손이가야

      우리는 쌀밥을 먹을수 있다는 거다

       곡식 한 알에는  천天 지地 인人  삼재三才 의 힘. 우주 전체의 그 힘이 들어 있다

      그래서 옛날 우리 조상님은 농업을 천하지대본  天下之大本 이라고 말했다

      공산품은 자연을  파괴해서 얻는것이지만 농산물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 낸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콩 세 알에 담긴 마음을 이어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하나의 이론이 바로 '자연자본주의'다

      자연과 자본주의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나 산업과 같은 것을 자본으로 하여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물 . 바람. 태양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태계를 자본 삼아서 재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자본주의로 바꿔가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쓰레기를 배출하는 생산이 아니라 계속 순환하면서 재생산하는

      자연의 힘을 토대로 한 것이므로  지속가능한 경제 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말은 단순히 먹는 것을 유물적인 것으로 본 것이 아니다

      마치 노동을 노예의 것으로만 보지 않는 것과 같다

      농업은 천지인의 콩 세 알의 조화였던 것이다   

      농업은 '생명자본'의 교과서 였다

       

       

       

                                                  생명을 먹다  식구 인구 생구

                                                           생명이 자본이다 / 이  어 령

       

       

       

       

       

       

                                           수원

       

       

       

       

      본래의 마음

       

       

부산여고동문카페
http://cafe.daum.net/alldongbek으로부터 받은 메일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