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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열린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이안삼 작곡가의 지휘로 출연자들이 '고향의 봄'을 합창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선구자' '기다리는 마음' 등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고스란히 담긴 가곡을 해설과 함께 들으니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진달래꽃’ '못잊어' ‘엄마야 누나야’ ‘산촌’ ‘그리움’ 등을 들은 뒤 마지막 곡으로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을 다 같이 부른 관객 200여명은 한동안 감동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시사저널 건물) 강당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박수갈채는 한참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못잊을 초여름밤을 수놓았다.
우리 가곡의 노랫말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주는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가 20일 오후 여성경제신문, 이안삼 가곡카페, 아리수 가곡카페 주최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음악회는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짓게 된 배경과 ‘선구자’에 얽힌 역사적 사실, ‘기다리는 마음’의 작곡 동기 등 한국가곡의 해설과 노래가 한데 어우러져 행사 전부터 문화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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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제2사옥에서 열린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서울문화사 이정식 대표가 우리 가곡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
음악회 해설을 맡은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은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째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를 열게 됐다"며 "민족사와 함께 한 우리 가곡의 숨은 뜻을 알고 나면 더욱 알차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 저자이기도 한 이 사장은 본격적인 가곡 해설에 앞서 우리나라 가곡의 시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장은 "초창기의 우리 가곡은 슬픈 사연이 많다"며 홍난파의 ‘봉숭아’를 언급했다. 그는 “1920년 작곡된 이 곡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일제 식민지하의 암울했던 현실에 대한 우리민족의 울분과 설움과 한을 담은 노래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 빠르게 전파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소프라노 이미경과 이지연, 테너 이재욱, 바리톤 송기창 등이 출연했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장동인이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 듣는이 울리는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 ‘못잊어’ ‘엄마야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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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에서 열린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소프라노 이지연이 '못잊어'를 부르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seoulmedia.co.kr |
첫 무대는 노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소프라노 이미경이 장식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보내드리오리다~” 이미경이 첫 소절을 떼자 관객들은 노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진달래꽃’은 불과 32세에 세상을 떠난 천재 시인 김소월의 시에 작곡가 김동진이 곡을 붙여 만들었다. '진달래꽃'은 '가는길' 다음으로 많이 작곡된 시로 김노현, 김동진, 김순애, 김성태 등 11명의 작곡가가 노래를 만들었다. 이중 작곡가 김동진의 곡이 가장 유명하다.
김소월의 외숙모가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타지에서 다른 살림을 차린 남편(소월의 외삼촌 경삼)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고 소월이 감동해 쓴 시가 바로 진달래꽃이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소월의 대표작인 진달래꽃은 1922년 7월 ‘개벽’ 25호에 처음 발표되었다”며 “어쨌든 이 시는 여인의 노래로, 우리 전통적인 이별의 정한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첫 무대에 이어 김소월의 ‘못잊어’와 ‘엄마야 누나야’는 아름다운 음색의 소프라노 이지연이 열창했다.
'못잊어'는 작곡가 10명이 곡을 붙였는데 이날 이지연은 김동진의 곡을 불렀다. 소월은 어떠한 것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시 '못잊어' 속에 잘 녹여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의 짧은 시에 작곡가 이영조가 곡을 붙인 동요 '엄마야 누나야'는 가족의 따스함과 애정이 느껴지는 가곡이다.
이 사장은 “'엄마야 누나야'는 가요와 가곡으로 모두 만들어진 노래이며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국민 애창곡 중 하나다”라며 "이영조 작곡의 '엄마야 누나야'도 우리의 정서를 아름다룬 선율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 작곡가 조두남의 ‘선구자’ ‘그리움’ ‘산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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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라노 이미경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제2사옥에서 열린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고진숙 시·조두남 작곡의 '그리움'을 열창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가곡 '선구자'는 이날 해설을 맡은 이 사장이 직접 불렀다. 이 곡은 작곡가 조두남이 만주 목단강변에서 살 무렵인 1932년에 작곡한 곡이다. 당시 만주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싸우던 독립군의 활약에 감동 받은 조두남이 윤해영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이 곡에는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투쟁을 기리며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 첫머리 '일송정'의 용정고개는 독립 투사들이 오가며 쉬던 곳이고 '해란강'도 그 곳에 있다. '선구자'는 2000년대 이후 작곡가, 작사자가 모두 친일시비에 휩싸인 일이 있었으나 작사자 윤해영은 친일 작가가 아니라 저항작가라는 반론을 책으로 쓴 사람도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대표가곡 중 하나인 ‘그리움’은 이미경이 불렀다. '그리움'은 조두남이 20대 후반 직접 작사·작곡했지만 훗날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40대 후반의 마산출신 시인 고진숙 씨에게 개사를 의뢰했다.
고진숙 씨는 6·25때 헤어진 대리석처럼 얼굴이 희었던 한 여대생을 떠올리며 그리움의 시를 썼다. 부산사대 음악과를 졸업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중노동을 해야했던 문학도 고진숙 씨의 옆집에 혼자 월남한 여대생이 살았다. 환경과 취향이 비슷한 두 사람이 남매처럼 가깝게 지내던 중 여대생이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가곡 ‘그리움’의 가사는 바로 일찍 져버린 여대생에 대한 그리움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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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제2사옥에서 개최된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테너 이재욱이 가곡 '산촌'을 부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테너 이재욱은 우렁찬 목소리로 ‘산촌’을 특유의 민요풍 선율과 리듬감을 힘있게 소화했다.
'산촌'은 시인 이광석씨의 시에 조두남이 곡을 붙인 것이다. 이 곡은 조두남이 마금산온천에서 요양하고 있던 1958년 가을에 지은것이다.
당시 조두남이 투숙한 방 앞으로 평야가 트여있고 멀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가 평화로운 정경을 이루고 있었다. 조두남은 평화로운 전원풍경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동을 느껴 이 곡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일제 때 친일 논란의 대상이 안 된 예술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오랜 세월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조두남의 곡들을 귀중한 음악적 자산으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자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기다리는 마음’ ‘첫사랑’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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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제2사옥에서 개최된 '제2회 해설이 있는 가곡 음악회'에서 바리톤 송기창이 가곡 '첫사랑'을 부르고 있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
‘기다리는 마음’과 ‘첫사랑’은 바리톤 송기창이 불렀다.
김민부 작사, 장일남 작곡의 이 곡은 '비목'의 작사가인 한명희 선생이 과거 1960년대 말 TBC(동양방송)에서 PD로 일할 때 그가 진행하던 가곡프로그램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 노래 가사는 작가였던 김민부(1941~1972) 본인이 한 선생에게 직접 밝힌 말에 의하면 한시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첫사랑'은 가슴 떨리는 첫사랑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낸 아름답고도 사랑스러운 곡으로 예쁜 노랫말이 인상적인 곡이다. 김효근이 작곡과 작사를 모두 한 작품으로 그의 아내를 위해 지은 사랑의 노래다.
문효치 작사, 이안삼 작곡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는 테너 이재욱이 불렀다.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닿기만 해라 /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 찬란한 한 점에 섬광이 될 /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슴울 울리는 감동적인 노랫말이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 고향의 풍경을 노래한 ‘고향의 봄’ 합창
마지막 무대는 이안삼 작곡가의 지휘로 4명의 성악가와 이정식 사장이 모두 함께 부른 ‘고향의 봄’이 장식했다.
봄이면 늘 떠오르는 노래인 '고향의 봄'은 아동문학의 거목인 이원수 선생의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여 만들었다. '고향의 봄'의 진정한 고향은 시인 이원수가 자란 경남 창원이다.
이원수 선생의 고향은 원래 양산이었지만 갓난아기 때 창원 소답동으로 이사해 9살때까지 살았다. 이후 이원수 선생이 마산으로 이사한 뒤 1926년 방정환 선생이 발간한 잡지 '어린이'에 '고향의 봄'이 당선됐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청중들은 밝은 표정으로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고향 생각에 빠졌다.
이날 멋진 무대를 선사한 이미경은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를 위해 이정식 사장께서 많은 연구를 하시고 직접 여행하며 손수 사진도 찍고 책을 내시는 모습을 보고 음악인으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음색으로 관객을 놀라게한 이지연은 "오늘 녹음을 7곡이나 하고 와서 몸이 조금 힘들었지만 이번 가곡 음악회에 참여할 수 있어 기분은 매우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이재욱은 "가곡을 알리는 색다른 공연에 참석하게 되어 매우 좋았다"며 "한국 가곡의 롱런을 위해 관객층이 젊어지고 다양한 콘서트 형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사랑'을 불러 관객을 감동시킨 송기창은 "소규모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가곡에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한국 가곡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제2회 해설이있는 가곡 음악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 이어, 가곡의 활성화와 애호층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3·4·5회 해설이있는 가곡음악회’는 7월·9월·11월 셋째주 금요일 오후 7시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