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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일간 붉은꽃, 백일홍

백일간 붉은꽃, 백일홍 / 김 은 경(♣)





 

 

 

 

백일간 붉은꽃, 백일홍 / 김 은 경

 

 

"황량한 들판이나 적막한 물가에서 살면서 친구가 없어 정 붙일곳이 없다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재배하는것도 세월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 "

조선 숙종 때의 실학자 홍만선이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세월을 보내는 방법으로 권한것이 꽃을 심고 기르는것이었다

그가 권한꽃 가운데 하나가 자미화紫微花 였다

홍만선을 자미화를 이렇게 묘사했다

"꽃잎은 붉고 쪼글조글한데 자잘한 꽃들이 모여 주먹만한 송이를 이룬다

꽃받침은 밀랍 빛갈이고 꽃은 뾰족뾰족하며 줄기는 붉은 빛갈인데 잎은 마주 난다

6월에 피기시작하여 9월까지 계속 핀다 "

 

 

 

자미화는 배롱나무나 백일홍나무라고도 불린다

백일홍나무라는 말이 발음하는 과정에서 배롱나무로 굳어졌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는 뜻의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 배롱나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배롱나무는 한여름 무더위가 끝나고 가을이 올 때까지 백일간 붉게 핀다

강희안도 '양화소록'에서 배롱나무에 대해

"비단처럼 아름답고 이슬꽃처럼 곱게

온 마당을 비춰주어 그 어느것보다도 유려하다 "고 썼다

 

 

 

 

배롱나무꽃이 내 눈에는 예쁘지 않았다

꽃이 너무나 화려한 색이어서 종이로 만듣 조화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여년전 에 나니 지긋한 지인이
"아직 젊어서 그래 ,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름답게 보일거야"라고 말해 주셨다

 

 

 

 

지난해 여름 배롱나무 가득한 담양 명옥헌을 찾앗다

명옥헌 앞에는 배롱나무 꽃이 떨어져 연못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꽃을 떨구고 난 배롱나무가 그때 처음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지인의 말이 비로소 실감나는 순간 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아주 뒤늦게야 실감하는 경우도 있다

올여름이 다 가기전에 명옥헌의 배롱나무를 다시 보고 싶다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 김 은 경

 

 

 

 

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