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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자존심 강한 스타 비비안 리 ( Vivien Leigh, 1913-1967 )

elpaso님의.. 영화이야기. 자존심 강한 스타 비비안 리 ( Vivien Leigh, 1913-1967 )






비비안 리(Vivien Leigh, 1913-1967)

그녀는 1913년 인도의 다지린에서 영국인 금융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성장하여  덕망 있는 변호사를 

남편으로 맞이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타고난 미모에다 배우의 꿈을 간직한 그녀는 집에만 틀어

박혀 지낼 위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친구들과 영화관을 들락거리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스크린

속에서 있었다. 스크린 속의 로렌스 올리비에의 남성다움에 끌린 그녀는 그때부터 올리비에와  결혼하겠다
는 꿈을 키운다. "난 이 남자아 결혼하겠어." "아이까지 딸린 여자가 누구와 결혼한다고? 게다가 이 남자

 역시 유부남인걸." 친구들은 비비안 리를 무시하며 놀려 댔다. 하지만 그녀의 눈초리는 오랫동안 빛났다.

밤에 광채를 번득이며 먹이를 노려 보는 고양이처럼. 그녀는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여자였다. 결국 그녀는 로렌스 올리비에와의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두 사람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당연한 사회 분위기였다.  가족을 버린 바람난 여자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남자.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정을 떨쳐 버리고, 주변의

모든 따가운 비난을 감수하며 20년을 행복하게 아무 탈 없이 살았다.  그러나 영원한 사랑은 없는 것일까?

그들에게도 파국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아기가 생겼지만 비비안 리가 유산을 하는 바람에 그때

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비비안 리는  심한 조울증에 시달렸다. 올리비에의 성심을 

다해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1916년 3살때의 Vivien Leigh


1937년 Vivien Leigh와 딸 Suzanne


 "아기는 또 생길 거야.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올리비에의 말대로 비비안 리는 두 번째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또 유산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그녀는 거의 미친 여자와 다를 바 없었다. 작은 일에도 사사건건

 화를 내고  물건을 부수고 벽에 몸을 부딪쳐 상처를 냈다. 마치 호랑이나 살쾡이처럼 그녀의 성격이 광포

졌다.  "여보, 아기를 낳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두 사람만 사랑하면 되잖아." 올리비에의 말도 소용이

없었다. 남편을 향해 그녀는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이제 더 이상 올리비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의

 우울증은 밤이고 낮이고 때를 가리지 않았다. 발작이 없을 때는 감히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도함과

오만함이 가득한 아름다운  미녀였다. 하지만 발작이 시작되면 아무데서나 벌거벗거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울부짖었다. 올리비에는 언제까지 비비안 리를 간호하며 집에 틀어박혀 있을 수가 없었다. 



 Laurence Olivier 와함께 1937

 

올리비에는 영국 고전극의 대부였다. 한가하게 아내의 병간호를 하도록 사람들이 그를 놔두지 않았다.

비비안 리는 이제 올리비에에게 짐이 되고 앞길을 막는 악처일 뿐이었다. "난 더 이상 비비안 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올리비에의 말을 전해 들은 친구 엘튼 존은 자신이 비비안 리를 맡겼다고 선뜻 나섰다.

 엘튼 존은 오래 전부터 비비안 리의 아름다움에 반해 은근히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올리비에는 엘튼 존에

게 비비안 리를 맡기고 그녀의 곁을 떠났다. 이때부터 비비안 리는 엘튼 존을 벗삼아 외로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엘튼 존은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올리비에와는 견줄 수 없는 배우였다. 엘튼 존의 간호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발작이 점점 심해졌고,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Vivien 과 Jack Merivale


 이러한 증상은 올리비에가 떠난 뒤에 더 심해졌다. 일종의 폐쇄 공포증이나 불면증, 히스테리 같은 것이

었다. 이런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인해 그녀는 애인이었으며 신이었던 남편에게서 버림받게 된 것이다.
 1961년, 그때 나이 마흔일곱이었다. 아직도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재능있는 그녀는 점점

 마음과 몸이 병들어 갔다. 물론 그녀가 이렇게 된 것에는 그녀 자신의 성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올리비에의 명성에 도전하려던 그녀는 심한 갈등과 패배를 맛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올리비에는 남편이기도 하였지만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경쟁 상대이기도

하였다. 그만큼 그녀는 자존심 강하고 우월감이 넘쳐났다. 영국의 대스타, 고전극의 햄릿으로 불리는

올리비에가 국가각 주는 최고의 작위인  '경'의 호칭을 받았을 때, 그와 동시에 비비안 리도 레이디 올리비에

로 불리게 되었다. 영국인으로서 더 이상의 영광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을 들은 비비안 리는 갑자기

무서운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비비안 리는 남편 올리비에를 영화배우로서의 경쟁 상대로 여겼던 것일까?

 그것도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질투심이 강했던 것일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서 Clark Gable (1901~1960)


    최고를 꿈꾸었던 여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 남성들로부터 오랫동안 기립

박수를  받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영국 여성에게 주는 '데임'의 칭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화계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최고가 되길 원했다.지금까지 그녀의 발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유산하였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다시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강박관념과 올리비에가 나날이

번창하면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그의 주변에 모여든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올리비에

가 집에 없는 날이면 그녀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던 것이다. 비비안 리의 병이 차도가 없자 올리비에는 

친구인 엘튼 존에게 자신의 부인에 관한  모든 것을 양도하겠다는 각서를 쓰고는 젊고 이쁜 제인 프로라이트

와 열애에 빠졌다. 모든 것이 그녀가 염려?던 대로였다. 이미 예견했었고 또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비비안 리는 아직도 올리비에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있었다.




 올리비에가 젊고 아름다운 신인 여배우와 결혼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자 그녀는 일생을 통해 사랑

했던 전 남편 올리비에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애틀란타로 가기 전에 뉴욕에 들러 올리비에를 만나기로

하였다.그녀는 올리비에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정성을 다해 화장을 했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올리비에를 처음 만나러 가는 그런 기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었다.
 그녀가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올리비에가 웃으며 손짓을 했다. 그런데 그 옆에 젊은 여자가

 올리비에의 손을 꼬옥 잡고 앉아 있었다. 레스토랑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숨소리를 죽이며 지켜보았다.

193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Laurence Olivier 와


 비비안의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잘못하면 발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은 그녀 앞에선 절대로  발작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는 매우 완벽하게 걸어서 올리비에에게  다가갔다. 그는 젊었을 때보다 더  우아했다.
올리비에가 새로 선택한 제인은 젊고 건강한 여자였다. 아름다움에 비한다면 중년을 지나가고 있는 비비안

리를 따라오지 못했다. 비비안 리는 아직도 아름다움이 남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원숙미까지 넘쳐흘러

아직도 전성기 때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우린 결혼할 거야. 내주에."올리비에의 말에 비비안 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긍정해 주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돌아서는 길에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어째서 올리비에는 제인을 아내로 선택한 것일까?




 그렇다. 아름다움에 비한다면 자신보다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건강미를 갖고 있었다.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젊은 여자였다. 비비안 리는 자식과 착하기만 한 남편을 버리고,

 올리비에 또한 임신 중인 아내를 저버리고 두 사람은 결혼을 했었다. 그때 버림받은 그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순간 비비안 리는 전 남편의 허탈한 심정을, 올리비에의  착한 아내의 고통스런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앞에 두고서 그녀는 비로소 과거 자신들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
의 가슴 아픈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자신들을 원망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그녀의 전 남편은 언제나 알게 모르게 그늘이 되어 자신의 성공을 도와  주고 있었고, 올리비에의 전 부인

역시  깨끗하게 두 사람의 결합을 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어쩌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그들은 인내

으리라. 지금의 비비안 리처럼. 비비안 리는 새로 만난 애인 존에게  편지를 썼지만, 올리비에를 만났던

심정은  사실대로 쓰지 않았다. 그만큼 비비안 리는 존보다는 올리비에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죽는 그날까지도.



 존은 비비안 리가 올리비에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안 구석구석 올리비에의 흔적이 그냥

 남아 있었지만 존은 말없이 그녀를 도와 주고 있었다.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 주고 성적 욕구가 일어날 때

 섹스 파트너가 되어 그녀가 건강을 되찾기를 바랐던 것이다. 세계 최고의 여자와 함께 있다는 것으로 만족

하면서. 올리비에와 그의 새로운 여자를 만난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녀는 애틀란타의 시사회에 참석

하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70밀리로 새롭게 재탄생되었지만 스크린  안의 인물들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뒤였다.그녀는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인생이란 이렇게 왔다

가는 것이구나.또 사랑이란 것도 이처럼 갑자기 다가왔다가  언젠가는 훌쩍 달아나 버리는 것이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비비안 리는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깊은 잠 속으로



 그 후 그런대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병색이 짙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올리비에가 결혼한 줄을 몰랐었다. "오늘 아침 뉴욕에서 로렌스경이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 심정은?" 순간 가슴이 비수에 찔린 듯한 통증이 왔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뉴욕에 갔을 ? 두 사람을 만나 행복을 빌어 줬어요."올리비에의 결혼 사실을 알고도

 그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대외적으로는 별 영행을 주지 않는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창 진행중인 영화를 마무리하는 데 열중했다.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발작이 그렇게 심할 때에

도 영화 촬영이 있을 때에는 전혀 그런 증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늘 비중이 큰 배역이

맡겨졌다.그러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나자 그녀는 점점 광포해지고 사나워졌으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녀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존이 끝까지 그녀를 보듬고 사랑해 주었지만 그녀의

 우울증은 고쳐지지 않았다.가족을 버리고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사랑한 남자의 명성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패배한 여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을 받고는 더 이상 희망을 갖지 못했다. 겉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자가 상실감이 더 큰 법. 그녀는 올리비에가 자기를 떠났다고  생각하자 인생의 의미를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1967년 7월 7일이었다. 전처럼 그녀의 애인 존은 그녀가 살고 있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 소리가

 오랫동안 울렸으나 받지를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당행히 그녀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침실은 작약꽃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사진첩에는 올리비에와 둘이서 연기한 로미오와  줄리
엣이 있었다. 그때 화장을 짙게 하고 올리비에는 로미오 역을 맡았었다. 아무도 그 사진의 로미오가 올리비

에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존은 잠든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15분 후에  다시 들어가 보니 그녀는 마룻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정신 좀 차려요. 어서!" 존은 그녀를 흔들어 깨웠으나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의 여자 스칼렛 오하라, 그리고 그녀의 화신 비비안  리가 이제 영영 저 세상으로 간 것이었다.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생각하며.



 

 

 

 


 영화사상 가장 빛나는 주역으로 두 개의 오스카 상을 휩쓴 그녀는 그렇게 말없이 떠났다. 사랑의 패배를

가슴에 안고 그녀는 그렇게 말없이 떠난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비비안 리. 타는 듯한 에메랄드

빛 눈동자와 초승달 눈썹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우리들 가슴에 살아 있다. 그러기에 그녀는 아름다움이

남아 있을 때 우리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자존심 강한 그녀는 짧지만 굵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영원히 아름다운 여자로 기억되길 원하며.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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