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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운치 있는 오전이라 그런지 정치
하는 놈들에 대한 분노를 잠시 접고
슈베르트를 듣다가 <헝가리안 멜로디 B단조>라는 짧은 곡에 대해 한 자
적는다.
이 곡은 피아니스트 브렌델의 음반에 시간
땜질용(?)으로 들어 있는데,
옛날의 언젠가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슈베르트가 이십대 시절의 몇 년에 걸쳐
여름마다 헝가리 귀족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소녀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고 헝가리에 머문 적이
있으므로 곡명으로 보아 아마도 그 시절에 헝가리에서 채집한
선율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자료에도
1824년 작품으로 나와 있다.
당시 가르치던 학생들 중 캐롤라인이라는
아가씨에게 사랑을 느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긴데,
이 어여쁜 곡을 들을 때마다 슈베르트가
캐롤라인을 남 몰래 가슴에 품은 채 가정교사 한다고
그녀 부모의 저택을 씩씩하게 들락거리는
모습이 떠올라 애잔한 생각이 든다.
불과 수년 후 죽을 운명인 청년이 용돈 몇
푼 벌려고 헝가리에까지 가정교사로 갔다가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지고,
이를 다른 학생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편애는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열심히 가르쳤다고 생각하니 어찌 애잔한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이 곡이 슈베르트의 짝사랑 얘기와 실제
연결이 되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캐롤라인을 헝가리에서 만났고
제목이 <헝가리안 멜로디>인 점
등을 생각하면서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왠지 슈베르트의 짝사랑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역시 브렌델의 음반으로 가장 많이
들었으며,
최근에는 유투브에서
도라(Dora
Deliyska)라는
무명 여자 피아니스트의 동영상으로도 몇 번
들으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도라의 곱고 여린
인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도라를 슈베르트의 짝사랑
캐롤라인으로 착각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남성호르몬이 거의 고갈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고운 자태의 여자만 보면 감상에 젖으니
아직은 젊다고 해야 할지 주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그너가 아름다운 여자의 순수한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한다고 믿었듯 나 역시 섬섬옥수 고운 여자에 대한
동경이 컸고 초로에 접어든 지금도
마음만으로는 그러하다고 해야겠다.
비록
현실에서는 섬섬옥수는커녕 ‘투포환
선수’에게서
밥을 얻어먹고 있지만...
(투포환
선수들이 뭐 특별히 어떻다는 건 아니고)
감수성이 특별히 둔한 감상자가 아니라면
감성을 자극하는 이 곡의 운치에 금방 중독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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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 헝가리안 멜로디 B단조. 윗글에 언급한 도라의
연주로...
슈베르트 :
헝가리안
멜로디
B단조.
브렌델의 연주로...
2005년
봄,
뉴욕 카네기홀에서 브렌델의 실황연주를 직접
본 적 있음.
(바탕화면에도 나오지만) 동영상의
1분48초에서 많은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슈베르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림으로 바뀌는데 모리츠라는 화가가
그린 이 그림의 중앙 상단에 걸린 인물화의 주인공이
바로 윗글에 언급된 슈베르트의 짝사랑
캐롤라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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