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학(老鶴)
늙어서 학처럼 사는 것이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 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한다.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안다.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아낌을 받는다.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 작품들을 펴내기도 한다.
노고(老孤)
늙어가면서 아내를 잃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이다.
이십대의 아내는 애완동물 같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삼십대의 아내는 기호식품 같다고 할까.
사십대의 아내는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버렸다.
오십대가 되면 아내는 가보의 자리를 차지한다.
육십대의 아내는 지방 문화재 라고나 할까
그런데 칠십대가 되면 아내는 국보의 위치에 올라 존중을 받게 된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 밖에....
노궁(老窮)
늙어서 수중에 돈 한푼 없는 사람이다.
아침 한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 곳이라면 공원 광장 뿐이다.
점심은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며느리 눈치 슬슬보며 밥술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잔다. 사는게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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