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하리
김영중 수필가
아침마다 눈을 뜨면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나
내겐 매일 매일이 똑 같은 일상의 하루가 시작된다.
마당으로 나가 신 새벽 찬 공기를 들이 마시며 배달된 신문을 들고 들어와
커피 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와 신문을 펼처 든다.
어제의 일들이 적혀 있는 조간신문에는 미 전역에 어제하루 4만 명,
누적 감염 250만, 사망 13만 명 육박, 이라는 대서특필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기사가
신문 일면을 크게 장식하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가득히 밀려오는 절망의 해일을 감수한다.
내일이면 좋아지겠지, 내일이면 달라지겠지 하는 내일에 거는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는 시간이 흘러도 그 기세가 꺽기기는 커녕 물귀신처럼
인간을 놓아주지 않고 악착같이 달라붙어 생명을 죽음으로 바꿔놓으며
떠나면 돌아오지 못하는 저승길을 배웅하게 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 아닌가, 죽음이 바로 곁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뜨거운 느낌이었다.
오늘이란 어쩌면 그렇게 어제와 닮았단 말인가,
오늘에 배어 있는 어제의 냄새, 어제의 얼룩, 어제의 메아리,
오늘의 도처에 어제는 살고 있고 오늘이란 결국 여러 가지 어제의 좁은 틀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한다.
나는 어제 맡았던 배역을 오늘도 맡아야 하고 어제와 같은 그 자리에
오늘도 계속 있어야만 한다는 진저리나는 현실을 받아드리고 풀이 죽는다.
그러한 무력감, 도망쳐 버릴 수 없는 좌절감 속에서 하루하루 마비 상태에 빠져든다.
햇살이 퍼지면 나는 마당에 나가 해를 향해 찬란한 햇살 과 친구가 되어 오랜 시간 홀로 앉자
인생의 황혼 길을 되새겨본다. 무언가 잃어버린 가슴이 되어 허전하고 쓸쓸하다.
회자정리, 우리는 모든 사람과 헤어진다.
모든 사물과 모든 시간과 더불어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헤어짐과 만남에 대하여 생각한다.
헤어짐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듯 쓰리고 아픈 것이지만 때로는
그리움과 아쉬운 향기를 남기도 한다.
내 인생길에도 본의 아닌 이별도 꾀 있었다.
어느 헤어짐도 눈물 없이는 맞을 수 없는 것 이여서 마음 깊이 입은 상처는
가슴 밑바닥에 깔린 아릿한 슬픔으로 남아 있다.
내 속에 끓어 넘치는 열정으로 흰 무명처럼 소박하고 튼튼하고 정갈한 삶과 문학을 꿈꾸며
억척스럽게 어설픈 도전을 시도하며 살아 왔으나 이제는 그것이 다 환상처럼 여겨진다.
말라가는 피부처럼 감정이 매 말라 가고 머지않아 보이는 사람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사라 질 텐데, 지금 식구들과 함께
진득한 시간을 보내는 매 순간이 기적이고 감사라는 생각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운명에 의해 인간은
지배받는 희생자라는 솔 벨로우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 황혼 인생길에 서성이는 내게는 과거는 지나갔고
내일 일은 알 수 없고 오직 오늘만이 생생하기에
나는 잡다한 마음의 갈등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이 회오리바람처럼 휘몰아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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