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962〉
■ 나의 집 (김소월, 1902~1934)
들가에 떨어져 나가 앉은 메기슭의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하이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門)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 1925년 시집 <진달래꽃> (매문사)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하루만 못 봐도 매우 그립고 또 보고 싶은 게 모두의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이런 그리움이 커질수록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 늘 보며 평생 함께 지내는 행복한 꿈을 갖게 됩니다. 결국 그리움과 사랑의 종착지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을 하여 새집에서 그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이 될 것이고요.
물론 그 알콩달콩한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 하는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봐야 하겠지만 말이죠.
이 詩가 바로 그런 상황으로, 깨끗하고 순수한 공간인 바다 뒤편 산기슭에 나의 집을 짓고 사랑하는 그대를 기다리겠다는 소망을 담아 노래하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넓은 바다의 물가 뒤 인적이 없는 산기슭에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지낼 새집을 짓고, 문간에 서서 큰길을 바라보며 그대가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한적하고 순수한 장소에 집을 지은 후 그 앞에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큰길을 내는 이유는, 그래야만 사랑하는 그대가 쉽게 그 길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간절함은, 새벽 새가 우는 아침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그대가 있나 눈여겨보며 문간에 서서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가도 변함없이 그대인가 기다린다고 표현하며,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네요.
소월의 詩 작품들에서 보여지듯 이 詩도, 전통적인 민요조의 구절에 담아 노래하고 있으므로 소리내어 읽어가면 그 간절한 마음이 더욱 깊게 와 닿는군요.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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