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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이 없으니 가난하게 살지(勿忍貧賤)

 

제부도에서

참을성이 없으니 가난하게 살지(勿忍貧賤)

 

안성장 하면 팔도에서도 손꼽히는 큰 장이다.

바로 그 안성장터 부근에 천성이 너무 좋아 천치 취급을 받는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장날이 되면 백여 리쯤 떨어진 절에 있는 젊은 중이 나귀를 타고 장을 보러 와서는이 농부 집에서 묵는다.

그러나 말로는 묵는다지만, 장거리에서 밥을 사먹고 마굿간에서 자기가 타고 온 당나귀와 같이잠을 자는 것이다.

​농부의 아내가 몇 번이고 집안에서 자라고 권유했으나 중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난 마굿간이면 족합니다. 짚더미 속에서 자는 것이 좋아서요. 그리고 사실은 나는 당나귀로 예쁜 여자를 만들어서 심심찮게 재미를 본다오."

 

​농부의 아내는 깜짝 놀라서, 

 

"어머나, 그럼 대사님은 여자를 당나귀로 만드실 수도 있으신가요 ?"

"암, 물론 할 수 있고 말고요. 나는 무엇이든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농부의 아내는 돈버는 수를 생각해 냈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대사님께 부탁하여 당나귀가 되면 임자가 장에 데리고 가서 좋은 값으로 팔구려. 그러면 내가 틈을 보아서 그전대로 사람 모습이 되어 가지고 되돌아 올 테니까."

 

​듣고 보니 그럴듯하여 서방도 입맛이 당겨 마굿간으로 중을 부르러갔다.  

 

​이윽고 중은 ​주인집 아내를 홀랑 발가벗긴 다음 네 발로 땅바닥을 기게 하고 목덜미를 만지며

​"훌륭한 갈기털이 되어라 !"

다음엔 가슴을 실컷 주무르면서

"아름다운 가슴팍이 되어라."

다음은 다리를 부드럽게 여러 번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힘있는 다리가 되어라." 하였다.

​남편은 얼굴이 벌개진 채 중이 하는 모습을 인내를 갖고 보고 있었다.

 

​다음은 팔 엉덩이 등을 차례로 그러하였는데, 아내가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나, 대사님 ! 꼬리를 잊어버리고 계시네요. 꼬리가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음, 그렇군. 꼬리를 잊어버렸구나. 좋아, 그럼 이리하여 주지요..."

 

​중은 천연덕스럽게 가사 자락을 쳐들더니 바지를 내리고 잔뜩 부푼 물건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남편이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대사님, 그건 절대로 안되오. 그만 두시오. 아무리 뭣해도....."

 

​아내는 그 말에 화가 잔뜩 나서 남편 쏘아보며,

"아이구, 이 등신아, 그 따위로 참을성이 없으니까 사시사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지! " 

 

- 고금소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