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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09 막걸리 찬가

 

2009 막걸리 찬가

 

여름 갈증 시원하게 날렸다
장단점 섬세하게 분석해야
성공의 신은 디테일 …고급화·다양화 전략 없으면 거품 우려
대한민국 토종술 르네상스

 

 

연일 막걸리 찬가가 퍼진다. 일본 열도가 막걸리에 흠뻑 취했다고 호들갑이다.

언뜻 보면 와인을 뛰어넘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막걸리 열풍의 허와 실을 제대로 진단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막걸리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넘어야 할 과제를 냉정하게 짚었다. 아울러 막걸리의 강점을 명사들의 입을 빌려 재해석했다.

막걸리 열풍이 강타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막걸리 브라보!!

‘2009 공학교육연구 국제학술회의’(8월 26일 개최)를 한 달여 앞둔 7월 중순.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 측은 학술회의 관계자를 찾아가 이렇게 제안했다.

“막걸리를 건배주로 하면 어떻겠는가?”

공학 석사들이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이 국제회의를 통해 막거리를 세계에 알릴 요량이었던 것.

국순당은 반신반의했다. 사내에서도 회의론이 일었다. 제아무리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 해도 막걸리를 선뜻 건배주로 선정하겠는가? 그간 와인에 밀려 국내 대회에서조차 건배주로 인정받지 못했던 막걸리 아니던가?

막걸리 건배주를 제안한 지 일주일 후, 학술회의 관계자로부터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OK.”

숨어 있던 막걸리의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 국순당은 환호했다.

“막걸리 브라보!”



# 막걸리, 와인 사냥

8월 말, 막걸리 판매량이 와인을 제쳤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편의점 GS25의 자료를 보면 올 1월 1일부터 8월 24일까지 전국 3700여 개 점포에서 와인보다 막걸리가 많이 팔렸다. 주목되는 것은 신장률. 이 기간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비 69% 성장한 반면 와인은 0.3% 신장하는 데 그쳤다.

와인의 높은 벽, 안방에선 넘지 못할 것도 아닌 모양이다. 막걸리 행진곡이 귀청을 울린다.

우리 토종술의 애달프고 한이 서린 곡조가 아니다. 경쾌한 리듬으로 소비자를 춤추게 한다. 이젠 골프장·카지노·고급 호텔에서도 막걸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쾌한 리듬의 막걸리 행진곡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퓨전 막걸리 집은 연일 문전성시다.

형형색색의 퓨전 막걸리가 여심을 사로잡은 덕이다. 이만하면 막걸리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막걸리의 최근 실적은 실제로 상승세를 탄다.

막걸리는 지난해 17만5398kL가 생산됐는데, 2003년(14만kL)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잘 팔렸다는 얘기다. 막걸리 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서울장수막걸리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비 38% 늘어난 6175만2828병을 출고했다. 이 기간 출고액은 429억원에 이른다. 전통 막걸리 이화주·미몽 등을 생산하는 국순당도 마찬가지. 올 상반기 매출은 이미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5%에 불과하던 막걸리 비중을 10%까지 늘릴 방침.

이동막걸리로 유명세를 떨치는 이동주조 역시 지난해 74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비 15% 성장했다. 국내뿐 아니다. 해외매출도 증가추세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막걸리 수출량과 금액은 지난해 동기비 각각 16%, 13% 늘었다.

특히 일본에서 강세다.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량(4891t)이 일본이 자랑하는 사케의 수입량(1866t)을 넘어섰을 정도. 국순당의 사례도 대표적이다.

국순당은 올 상반기 일본에 15만6000병을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일본 수출량(15만200병)을 넘어선 기록이다. 국순당 고봉환 팀장은 “이런 추세라면 100% 성장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혹독한 불황기, 막걸리가 뜨는 이유는 뭘까? 흥미롭게도 답은 질문에 있다.

막걸리 판매를 부추기는 것은 다름 아닌 불황이다. 막걸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A편의점에서 파는 B막걸리(750mL)는 병당 1300원에 불과하다.

350mL들이 C소주(1450원), 355mL들이 D캔맥주(1700원)보다 (같은 용량으로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 싸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이 막걸리를 찾는 이유다. 웰빙 바람도 한몫 톡톡히 한다.

막걸리는 자연발효식품. 생막걸리의 경우, 일일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 10여 종이 함유돼 있다. 발효주인 덕분에 효모와 유산균도 많다. 신라대 배송자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암효과도 있다.

게다가 맛까지 일품이다. 톡 쏘는 막걸리 특유의 맛은 세계 어떤 술도 흉내 내기 어렵다. 발효과정에서 탄산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 막걸리(750mL)에 함유돼 있는 탄산량은 2.5VOL. 1.5L들이 콜라에 들어있는 탄산량의 25% 수준이다.

 

 

 


광화문에 위치한 식당에서 직장인들이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있다.

 

 

와인 장점 모두 가진 막걸리

다양성은 막걸리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다. 생막걸리는 기본 메뉴.

최근엔 인삼·잣 막걸리에 이어 각종 과일 막걸리도 인기 만점이다. 막걸리의 가능성은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맛, 종류, 영양이 빠지지 않는 술이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와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막걸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걸리 열풍을 차분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장점만큼이나 한계가 많은 술이 바로 막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막걸리 열풍의 허와 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일부 전문가가 벌써부터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는 이유다.

열풍의 뒤끝엔 항시 거품이 도사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술 평론가 허시명씨는 “막걸리의 요즘 인기는 웰빙과 한류에 의해 생긴 일시적 유행”이라고 꼬집었다. 김난도 교수도 “막걸리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극복해야 할 한계도 많다”며 “막걸리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무책임할 때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걸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그럼 막걸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뭘까?

품질 및 등급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막걸리를 와인처럼 관리하자는 말이다. 통일된 브랜드도 필요하다.

막걸리 예찬론자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는 “중소기업이 세계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미래가치가 훌륭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며 “막걸리를 일정한 브랜드로 묶을 수 있다면 한류의 효자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도 해소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생막걸리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효모를 죽인 살균 막걸리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효모를 죽인 탓에 생막걸리의 최대 장점인 청량감이 떨어진다.

살균 막걸리는 와인·청주보다 식이섬유가 많을 뿐 건강적 효용은 많지 않다(그림 참조).

국순당연구소 신우창 박사는 “한계가 많은 살균 막걸리보단 생막걸리로 도전하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관련기사 38~39면).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있는 막걸리 제조업체도 정비해야 한다. 2008년 현재 막걸리 제조업체는 780곳에 이른다. 면허를 받은 주류제조업체(1467곳) 가운데 50% 이상이 막걸리를 제조한다.

특히 1991년 막걸리 주류세를 10%에서 5%로 낮춘 이후엔 저가 막걸리를 생산하는 업체가 더욱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푼돈 벌기에 혈안이 돼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1970년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카바이드(탄화칼슘)를 넣어 저질 막걸리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영세기업들이다.

요즘도 다를 바 없다. 막걸리 수출업체 E기업 관계자의 한탄이다.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영세기업들이 (일본시장에) 저가 막걸리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탓에 시장이 혼탁해졌다. 이러다간 수십 년 쌓아온 신뢰마저 무너질 판국이다.”

막걸리 제조업체를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는 까닭이다. 권위있는 생산자 단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열풍 꺼지면 거품만 남아


 
과제는 더 있다. 막걸리가 값싸다는 인식을 하루빨리 털어야 한다. 사케나 와인처럼 고급화 전략이 상책이다. 그래야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신규 시장 또한 개척할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는 상품은 대부분 하향 전파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고급 소비자를 뚫어야 시장 전체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도 “일본에서 막걸리를 칵테일로 즐겨 마시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고급술로 인식된다면 섞어 마시기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소장은 “이번 막걸리의 일본 열풍이 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막걸리의 고급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36~37면). 오랜 침묵을 깨고 막걸리가 부활의 날개를 폈다. 막걸리 열풍은 제법 강하고 세다. 현해탄까지 건널 기세다.

그러나 이 열풍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단점을 해소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열풍은 금세 거품으로 바뀐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오히려 손해다.

지금이야말로 막걸리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할 때다. 다양한 컨셉트도 구체화해야 한다. 성공의 신은 디테일이지 않은가? 이를 게을리 한다면? 흥겨운 리듬의 막걸리 블루스가 돌연 곡(哭)소리로 바뀔지 모른다.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메모 : 좋은 자료 스크랩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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