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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정산(동래)


“서면 가요, 서면. 서면 가요, 서면”
버스 차장은 계속 외쳤다. 한산한 좌석에 앉았던 갈 길 바쁜 한 승객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차장을 향해 호통을 쳤다.
“내가 이렇게 일어섰는데 왜 버스는 가지 않느냐?”
나이 든 부산 사람들이 즐겼던 우스갯소리 중의 하나다. 차장이 외쳤던 `서면`은 영어로 `스탠딩`이 아니고 부산에 있는 땅이름 서면이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대개 열차편으로 부산에 갔다. 범어사나 금정산을 오르자면 시내버스편으로 서면과 동래 땅을 경유해야만 했다.
길 한가운데를 달리던 전차가 있었을 때는 전차를 타는 낭만을 즐기며 금정산에 가기도 했다. 이제는 서면을 거치지 않고도 고속버스나 시외버스편으로 금정산 아래 마을 동래 땅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801m)은 부산 산악운동의 요람이자 당일치기 산행코스로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부산 시민의 산이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산사람들은 꼭 한 차례 올라보고 싶어하는 산이며, 산 중턱에 위치한 범어사나 동래온천장은 관광코스로 외지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다.
동래에 살고 있는 홍병기, 윤진욱 두 형이 산행 안내와 교통편의를 제공해주었는데, 두 분의 금정산에 대한 설명이 아주 적절하고 재미났다. 여러 가지 설명 중 `금정산의 산행코스는 뷔페식`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산행코스 설명의 한 명언으로 남을 만 하겠다.
수많은 종류의 식단을 차려두고 각자의 식성과 분량을 마음껏 조절해가며 즐길 수 있는 뷔페식 식당처럼 금정산에는 80여 개의 훌륭한 산행코스가 있다는 설명이다.

[덕천고가]
뒤안 가득 미소 환한 호박꽃
철사 테 메운 질항아리 해묵은 된장
쇠죽아궁이 아랫목같이 토박이들
바람찬 세벽, 챙길 세간 없이
하나 둘, 쫓기듯 떠나간 산 어귀

아이구 이 자슥아.
대처살이, 끼니는 재대로 무근나.
와이리 꺼출하노.

삽작 밖, 글썽글썽
어머니 손짓 같던 그 밥짓는 연기
한 올 피우지 못하는,

갈보년 화장한 듯한 불임의 양횟집
눈 부라린 외지인들의 뻔뻔한
사생아 토산품
획일의 식당가 줄지은 앞에
처진 어깨의 나는 실향민

저물녘, 굽은 골목 안
돌담 애호박 숭숭 썰어넣는 내 누이들
정갈한 토장국 끓이는 소리
이제는 어디

부산 북구 구포1동 구포시장 건너편에 있는 대형식당 `덕천고가`(051-337-3939)의 주인 권경업 시인이 쓴 <잃어버린 산 어귀>라는 시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는 토속적인 정서가 물씬 풍긴다. 잊혀져가는 기억 속에 숨겨진 아득한 곳간, 그 곳에 남아 있는 낡은 질그릇을 꺼내는 누이의 소박한 마음도 느껴진다.
<자작숲 움틀 무렵> 등 6권의 시집을 펴낸 권경업 시인의 생업이 가장 모범적인 외식업소로 평가 받고 있는 `덕천고가`의 경영이다.
`덕천고가`는 덕천로터리에서 가까운 거리, 구포시장 건너편에 있다. 금정산 하산길을 구포 쪽으로 잡고 `덕천고가`에서 시인이 끊여내는 오랜 전통의 `진땡`이나 장국밥 한그릇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증폭시켜 보는 것도 좋겠다.
구포는 강상운수와 해상운수의 길목인 낙동강 하류에 위치하고 선박의 접안에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깊은 내륙의 생산품과 바다에서 나는 각종 물산의 중간 교역지로서 활발한 상업 행위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5일장이 서고 있다.
`덕천고가`의 장국밥은 그 시절 구포장터 덕천가에서 끓이던 국밥이었는데, 권경업 시인의 누님이 덕천가의 며느리로 그 맥을 이어온 터라고 한다.
진땡, 장국밥, 선지국밥, 순대, 수육 등을 먹을 수 있다.
권경업 시인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매일처럼 부산 성지곡 어린이대공원에서 결식노인 130여명에게 급식 봉사하는 `나눔의 터`라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
시민상을 수상했다.

[동래할매파전]
동래파전을 모르면 부산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나아가 `동래할매파전`(051-552-0792)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으로 신고해도 된다니 가볼 수밖에 없었다.
동래구 복천동 동래구청에 인접해 있는 할매집을 들렀는데, 할매는 계시지 않았다. 순박한 인상의 젊은 부인이 주인이라며 객을 정중하게 맞았다. 4대째 이어오는 지금의 대표는 젊은 며느리 김정희씨였다. 부산 민속음식점 제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집은 동래역에서 70년, 지금의 장소에서만 40년을 넘게 동래파전맛을 지키고 있다.
`동래할매파전`에서는 부산 근교에서 무공해로 직접 재배한 파의 속대만을 파전의 재료로 사용, 연한 맛이 나고 계절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여기에다가 싱싱한 대합, 새우, 굴, 홍합 등을 찹쌀가루와 멸치 우려낸 물에 섞어 죽같이 걸쭉한 반죽으로 개어 제주도 유채꽃 기름으로 부쳐낸다.
파전을 찍어먹는 양념은 간장이 아닌 초장인 것이 이채로운데,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의 맛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주방장까지 겸하고 있는 이 집 대표 김정희씨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요즘은 심심찮게 찾아오는 일본 손님들을 위해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단다.


[대복]
부산 친구들이 동래 온천장에서는 동래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녹천탕 옆 복요리 전문점 `대복`(051-553-1771)을 꼭 들르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유는 묻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복요리야 예로부터 전래되는 최고급 식품에다가 숙취제거에는 그만이니 술꾼들에게는 으레 권하는 소리로 들렸다.
그런데 막상 `대복`에 들렀다가 이 집 대표 이종선씨와 한 차례 대화를 나누고 보니 동래에서 이 집 말고 또 다른 곳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맛에 있어서는 이종선씨가 복조리사자격 부산 제1호(1985년)이니 다른 언급이 필요치 않겠다.
이종선씨는 `제1호`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긍지를 가지고 손님들을 정성껏 맞이하기 때문에 모든 손님들이 자신을 반겨주고 또 만족해 한다고 했다.
`가장 싱싱한 재료`, `가장 저렴한 가격`을 영업 방침으로 살고 있는 탓인지 이 집에서는 `복요리는 비싸다`는 통념이 싹 가시게 했다. 복국은 은복국이 7천원, 까치복국이 만원이고, 복수육은 은복이 2만원, 까치복이 3만원이다. 이 외에 명태탕이 5천원, 회무침이 5천원이다.
지금은 일에 쫓겨 산행할 틈이 나지 않는다는 이종선씨는 골수 산꾼으로 한때는 6년간 해마다 한 차례씩 풀코스로 지리산을 종주했다고 한다.
출처 : 조일산우회
글쓴이 : 적토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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