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섬 2008/08/10 17:15:01 [조회 :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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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1971년 서강대 여학생회지 '청지' 에 기고한 글)
[이 글은 지난 1971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2학년 당시, 서강대 여학생회지인 『淸芷(청지)』 창간호에 기고한 글로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목련’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글입니다.]
항상 바쁘신 생활 속에서 산책조차 드므셨던 어머니께서
어느 이른 봄날 뒷 뜰에서 나를 부르셨습니다.
어머니는 산책하시다가 목련 나무 밑에 서 계셨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련나무 가지에는 하얀 꽃들이
눈부시게 피어 있었습니다.
멀리 피어 있는 개나리를 보시면서 어머니 말씀이 개나리를
멀리서 보면 노란색이 유난히 눈에 뜨이며 곱게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무런
표정도 없고 무심하여 반응이 없는 무뚝뚝한 남자 같고
그 반면 진달래는 가까이 보면 볼수록 방실 방실 웃으면서
그렇게 사람을 반길 수가 없다고요.
그런데 목련은 또 다른 것을 느끼게 한다고요.
목련은 너무나 깨끗하여 단순히 깨끗함을 지나 어떤
고귀함을 느끼게 한다고요.
한창 피어나는 목련 나무를 한동안 바라다보면 그 고귀함이
오히려 오만하게까지도 보여 인간이다 보니 자꾸만 결점을
잡아 보려고 해도 또한 티끌만한 결점도 찾을 수가 없다고요.
우리 인간은 저 백목련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요.
아무리 아름다운 미인이라도 여러 가지 장식품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꾸미고 돋보이려고 하는데 목련은
그 아무런 꾸밈이 없다는 점에 반하신 모양입니다.
이른 봄, 잎새 한 장의 도움도 없이 앙상한 가지 정상에서
꽃만 피어 하늘로 치솟는 듯 새하얀 묘한 꽃잎 사이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은은한 그 향기, 또 꽃잎이 미처 시들기 전에 바늘
끝만한 흠도 나지 않았건만 미련 없이 떨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아쉬움과 미련을 갖게 한다고요.
이렇게 말씀 하시면서도 어머니는 아직 그 표현이
부족하신 듯 안타까운 표정이 보였습니다.
그 뒤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목련을 볼 때 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중년이 넘으신 어머니가 그러한 소녀 같은 감정을 가지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2학년 박근혜-
---하로동선 |
출처 : *근혜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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