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머물 곳을 찾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리를 휙휙 일구며
산꼭대기에서 불던 바람도 잠잠하네요.
지금은 그 산바람도 숨을 고르며
머물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고있네요.
이제서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대의 어깨가 그리도 축 쳐졌던 것을.
그대 없는 세상은 감당할 수 없음을.
멀리 떨어져 지내고있는 나를 생각하며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있을 그대를.
조만간 먼동이 틀 무렵 샛바람이 되어
나, 그대의 침실로 곧장 달려가리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낙엽을 팍팍 날리며
산골짝에서 불던 바람도 누그러졌네요.
지금은 그 골바람도 성질을 가라앉히며
머물 곳을 찾아 길을 재촉하고있네요.
이제서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그대의 빈자리가 이리도 넓다는 것을.
그대 없는 세상은 살 의미가 없음을.
자주 함께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하여
종일토록 힘겹게 지내왔을 그대를.
조만간 황혼이 질 무렵 하늬바람이 되어
나, 그대의 거실로 줄곧 달려가리라.
( 2009.11.수정, 박순원 글집에서 )
출처 : 마음산책 문화산책
글쓴이 : 박순원 글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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