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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나눈다는 것...노블리스 오블리제...리세스 오블리제

우리 고유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서 어떤 새해 인사를 할까 생각해보지만 언뜻 떠오르는 말이 없다. 요즘의 경제 사정이나 사회적 추세를 생각하면 "부자되세요"가 가장 적당한 말같은데, 내가 부자가 되어 보지 않았으니 ‘어떤 가치를 가진 부자가 될 것인가' 에 대해 보고 배우고 믿고 따를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롤 모델 추천에 대한 자신이 없다.

부자의 사전적 의미는 ‘재물이 많아 살림살이가 넉넉한 사람’을 뜻하지만, 그들의 재물은 모두가 사회 공동체에서 많은 물건이나 상품을 이용했기 때문에 축적된 결과물이므로 일부는 사회 공동체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공동체를 발전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선행과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말만 상부상조를 이야기하면서 중소기업의 돈 되는 업무영역을 하나둘 잠식하여 중소상인들의 설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지도층들의 사회적 덕목에 대한 요즘의 세계적 추세는 전통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과 책임은 물론 기부나 후원, 봉사, 세금 등의 나눔까지 모두 포괄하는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강조한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가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전재산 기부문화는 유럽 선진국을 거쳐 일본에까지 진출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재벌들이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리지 않는다. 구미의 부자들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정당하게 번 돈에 대한 가치와 건전한 소비에 대한 문화를 통해 나눔은 여유있는 사람들의 의무며, 특권이자 책임인 동시에 행복으로 뿌리내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2009년 기업·기업재단의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9년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2조6517억 원으로 전년보다 22.8% 늘어났다. 또 사회공헌 관련 전담부서 설치 비율이 90.4%, 예산제도 도입 비율이 89.9%, 경영 방침의 명문화 비율이 80.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사회공헌 활동의 내용도 체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사회지도층으로서 사회를 진심으로 돌보려는 마음과 책임을 다하려는 그들의 마음 밑바탕에 깔린 진정성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 발생한 모 기업대표의 근로자 매값구타 사건이나 탈세의혹으로 모자가 구속될 지경인 모 기업주들의 반사회적 행동들이 기업과 기업주들의 많은 사회 공헌활동의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살아있는 정신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저건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죽은 돈만으로 기부하며 생색이나 내려는 얄팍한 정치적 행위의 사회 공헌활동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여전하다. 그런 이미지들이 최근의 텔레비젼 드라마에 나오는 기업가들의 면면을 구성하고 있다. 반면에 정도를 걸으며 몸소 베풀고 배려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진정한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한 평생 시장에서 바느질하고 떡복이나 김밥을 팔아온 할머니같은 힘없고 평범하지 않게 고생만 한 서민들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들이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 억만장자 순위’에서 세계 최고 부자로 선정된 워렌 버핏이 부시 행정부가 실시하려던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를 반대하며 “세금 내는 것을 피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을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내자. 그것이 애국하는 길이고 기업인·부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라는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금을 잘 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인 나눔의 반은 벌써 실천한 것이다. 세습 권력이나 상속 등의 지원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 밑바닥 생활에서 시작하여 주위의 도움으로 운 좋게 성공할 수 있었던 사람들만이 자리가 잡힐수록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위해 살려는 자연스런 자세를 가지게 되고, 인생 또한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라는 시각이 한국형 기업상속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전통적인 품앗이 문화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소규모의 노동력 상호교환 제도였으며, 한 마을의 성인 남자 혹은 여자들이 거의 전원 의무적으로 참여하여야 하는 강제 조직인 두레라는 큰 사회적 조직공통체가 있어서 농번기나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너나할 것 없이 함께 나눔으로써 농작물의 생산증대는 물론 마을공동체의 단합된 힘을 모으는 기능을 발휘하여 농촌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사유재산 제도가 발전하면서 사라진 이런 전통적인 협동정신들이 다시 부활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웃들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십시일반 도움을 주는 모범을 기업가나 정치인 등의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 솔선하여 행동으로 보여주는 설날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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