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시_ 윤동주 - 일제 말기를 대표하는 시인. 1935년 평양 숭실중학교에 편입하고 교내 문예부에서 펴내는 잡지에 시 「공상」을 발표함. 「공상」은 그의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활자화됨. 1936년 숭실중학교가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당하자 용정으로 돌아가 광명학원 4학년에 편입했으며, 옌지[延吉]에서 발행하던 《가톨릭 소년》에 윤동주(尹童柱)라는 필명으로 동시를 발표.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때, 졸업 기념으로 19편의 자작시를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판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필시집 3부를 남김. 1942년 도쿄[東京]에 있는 릿쿄대학[立敎大學]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1학기를 마치고 교토[京都]에 있는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에 편입. 1943년 7월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경찰에 검거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1945년 2월 16일 29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함. 유해는 용정의 동산교회 묘지에 묻혀 있음.
소스: 문학집배원 김선우의 시배달로부터 받은 메일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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