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삼카페에서 보내는 " 문학의 향기 "
능소화 / 청향 조재선
돌담을 감아 오른 능소화
한낮의 열기에 턱 괴고 요염을 떨더니
어느날 님 떠나는 소리에
화들짝 돌담위로 고개를 치켜 든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 뒤태라도 남기고 싶어
가느다란 모가지 쭉쭉 내밀고
미쳐버린 아낙처럼
돌담을 따라 줄기차게 기어 오른다.
이렇게 쉬이 떠날 임이거든
이렇게 흔적없이 떠날 임이거든
내 속속들이 베어 있는
짙은 살내음도 깨끗이 씻고 가련만
다가 올 장마빗속에 홀로 살갗 찢어 씻으라
이리 말없이 떠나는가
돌담위에 창백히 쓰러진 나를
무심한 내 님아..
한번만이라도 돌아 보고 가려무나
구중궁궐 어린 후궁 버리듯
송두리째 나를 무너 뜨리고 가는가
숨막히는 여름이 다 가기전
나는 피고 또 피어 돌담위에 기다릴 테니
가는 길이 혹여 녹녹치 않거든
아무 거리낌 없이 슬픈눈빛만 안고
바람처럼 달려 오소서
길고 긴 여름해가 나를 녹여
나의 생각과 의지도 다 타버릴까 두려우니
정오의 해가 머리위에 앉아 희롱하거든
지체말고 돌아 오소서, 돌아 오소서
=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여름캠프장소인 양평들녘을 지나오면서 =
2007.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