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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피렌체에서는 구두나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을 보다/정여울 (♣)

피렌체에서는 구두나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을 보다/정여울 (♣)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황홀한 모습을 직접 보다

 

 

어느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고풍스러운 건물과 그 건물이 간직한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기품있는 도시 피렌체

관광업을 기반으로하지만 유리 제품과 도자기 귀금속 제품 고급 의류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질좋은 가죽 제품과 구두를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물론 여러 구두 장인들이 현존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피렌체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만니나 Mannina'는

여전히 작은 공방에서 견습생을 길러내며 50년이 넘도록 구두를 만들고 있다

피렌체에는 오랜 시간 동안 대를 이어오며 발전한 가죽가공기술을 직접 가르치는

가죽공예 장인 학교도 있다

피렌체에 머물게 된다면 르네상스 예술 작품만이 아닌 구두라는 또 다른 예술도 접해보자

 

저렇게 정성들여 만든 물건을 감히 만져볼 수나 있겠나 싶어 바깥에서 구경만 하고 있으면

가끔 가게 주인들이 웃으며 '들어와 보라.고 해줄 때가 있다

그러면 밖에서 볼 때는 다가갈 수 없는 머나먼 작품이었던 것이 안에서 보면 친밀하게 만질 수 있는 물건이 된다

 

피렌체에서는 구두나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거나 망치질을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그 물건을 향한 무한한 친밀감이 생긴다

'만질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다채로운 상상력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학습방법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만질수 있다'가능성은 더 진하고 깊은 추억을 각인하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눈으로 본것은 쉽게 잊히지만 손으로 만지고  팔로 안아 본것들은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예술작품은 그냥 '눈으로 보는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배려가 와 닿는 공간이 참 고마웠다               

 

 

베를린의 노이 박물관에 있는 저 유명한 네페르티티 흉상이 그랬다

네페르티티는 워낙 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작품이라 경호가 삼엄하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경호원의 무서운 얼굴로 관람객을 감시하는게 아니라 또 하나의 유머러스한 대안을 제시 한다

네페르티티의 완벽한 얼굴의 곡선을 한 번이라도 만지고 싶어하는

전 세계 관람객들의 인지상정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브론즈로 된 복사품을 바로 옆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네페르티티의 깎아지른 듯한 콧날은 원본보다 훨신 둥그스름해져 버렸다

사람들이 하도 열심히 쓰다듬어 네페르티티의 코와 입술이 반짝반작 윤이나게 된 것이다

 

어딜가나 아름다운 조각상이나 조형물을 향해 소원을 빌며 열심히 어루만지는 장면은 다른 여행자를 웃음 짓게 만든다

구두나 가방같은 물건뿐 아니라 박물관에서도 가끔 '만져도 됩니다'라는 안내판을 볼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걸 보면 , 사물과도 스킨십을 꿈꾸는 인간의 본성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반질반질 해진 황금빛 광이 나는 작품들을 보며 나는 웃음 짓는다  

 

    

그러고보니 글을 쓰는일도 무언가를 한없이 만지는 일이다

생각을 만지고  기억을 가다듬고  감정을 매만져  한 편의 글을 탄생시킨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컴퓨터 키보드를 어루만지며 글을 쓰고 있다

만질수있는 물건 , 만질수 있는 사람 , 만질수 있는 꿈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며   &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 정 여 울

 

                                                                                 수원

 

                         

 

 

부산여고동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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