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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더 퍼지: 거리의 반란, 물에 빠진 놈 건져놨더니

 

 

더 퍼지: 거리의 반란

(The Purge: Anarchy), 2014 / 미국

감독 : 제임스 드모나코

출연 : 프랭크 그릴로, 카르멘 에조고, 키엘 산체스, 자크 길포드, 채드 모건, 마이클 K. 윌리엄즈

별점 : ★★★

 

 

헐리웃 명품 범죄물 <네고시에이터>의 각본가로 유명한 제임스 드모나코의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한 해 앞서 선보인 <더 퍼지>가 참신한 설정으로 화제를 뿌렸음에도 조악한 드라마와 부족한 연출로 침몰하고 말았기에 절치부심해 준비한 속편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이클 베이와 제이슨 블럼의 제작지원을 받았고 제임스 드모나코가 각본과 감독을 모두 맡아 심혈을 기울였다.

 

1년에 단 하루,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12시간의 퍼지데이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전편과 같은 설정이지만 배경이 집 안에서 거리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새롭다. 주인공은 법이 해주지 못한 아들의 복수를 위해 집을 나서는 한 아버지다. 그는 뛰어난 사격솜씨와 전투능력을 지닌 현직 경찰로 하나뿐인 아들을 음주운전자에게 잃고 복수를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퍼지데이가 시작되자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선 그는 괴한들에게 끌려가는 모녀를 구하며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퍼지: 거리의 반란>은 철저하게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영화다. 퍼지데이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기까지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다. 가면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무법자들과 첨단장비로 무장한 사내들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그들의 뒤를 쫓는다. 영화는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모든 이유를 철저히 감춘다. 거리는 어떠한 진실도 없이 살육의 공포로 가득 채워지고 원치 않게 거리로 내몰린 네 명의 인물은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한 남자에 의지해 목숨을 이어간다. 감독은 퍼지데이에 거리로 나온 약자들이 받게되는 위협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도망칠 곳도, 마땅히 의지할 곳도 없는 공포를 전하는 것이다.

 

퍼지데이에 거리로 내몰린 네 사람의 생명은 오로지 한 남자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네 사람을 지키느냐 아들의 복수를 하느냐의 선택 사이에서 거듭 갈등한다. 이러한 갈등은 영화의 결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어디까지나 결말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선하고 강한 그는 약한 이들을 지키게 되고 덕분에 악당과 주인공들의 균형추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영화 내내 쫓기던 주인공들이 악당들에게 붙잡히는 순간부터는 영화가 저변에 깔고 있던 세계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난한 자들을 제물로 삼아 살육의 축제를 벌이는 부자들의 모습, 이들의 살육을 방관하고 고위공무원들은 퍼지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중적인 국가체제, 심지어는 실체를 숨기고 직접 살육에 나서는 정부기관까지. 영화는 국가체제와 부자들에 대항하는 흑인 반정부세력까지 등장시켜 후반부를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이끌어간다.

 

그러나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이 뛰어난 짜임새를 가진 영화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장이 풀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에만 몰두하는 철저한 장르 오락영화에 가깝다. 이러한 세계관 역시도 단조롭고 제한적인 설정에 깊이를 더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단 몇 개의 세력이 등장해 쫓고 쫓기는 것이 영화의 전부이기에 기본 서사와 교차하는 부자와 빈자의 대립을 삽입한 것 뿐이다.

 

전편에서 문제로 지적되었던 드라마의 조악함은 이번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 남자에게 기대는 네 명의 캐릭터가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등 서로의 캐릭터가 부각되는 장면이 순간순간 등장하지만 단조로운 전개가 캐릭터가 분화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은 주인공에게 염치도 개념도 없이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가 되고 만다. 물에 빠진 놈 건져놨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숨죽인 스릴러 속에서 펼쳐지는 억지스런 드라마는 지켜보는 관객으로하여금 짜증을 참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전편보다는 나아진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배경을 거리로 옮기면서 규모가 커졌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출이 나름의 맛을 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다만 흥미로운 설정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는 단조로운 각본은 영화의 큰 단점이다. 3편이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 <더 퍼지> 시리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뛰어난 각본가의 영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2014. 8. 21. 목요일

김성호

 

http://www.podbbang.com/ch/7703

출처 : 네티즌 리뷰
글쓴이 : 팟통령 원글보기
메모 : 끝까지 긴장감 속에... 세상이 살기 좋아, 편해져, 넘 사람이 많기에, 무기를 처리해야 하기에... 그런 것이 많이 있는 세상을 위해 만든 영화이었네요. 정말 이런 세상이라면 세상 사는 맛이 날지... 잘 사는 사람들, 못사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반항에... 이런 영화를 보았다. 속이 시원하다.인간에 대해 경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