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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전부터 나와 함께 월
2회 클래식감상 수업을 하는 주부학생들이
있는데(네 분이다가 최근 한 분이
캐나다로 장기 여행을 떠나면서 세 분으로
줄었다)
어제 수업에 오면서는
평소와 달리 짐 보따리를 여럿
들고 왔다.
스승의 날이 곧
다가와 감사 파티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집에서 손수 구운 치즈 케익,
가게에서 산 케익,
사과,
참외,
쑥떡,
커피 등의 먹거리와
더불어 내게
선물한다고 동네 문화원에서 배운
솜씨로 직접 만들었다는
향,
손으로 적은
감사카드,
현대백화점
상품권,
그리고 사례금
봉투...
음악수업을 시작할 당시 내가 워낙 무료 봉사
또는 무상 보시의 미학을 강조하였기에 수업료 따위는 일체 없지만
“사랑과 감사는 오로지 물질로 표현해야
한다”는 걸 잘 아는 지혜로운 분들이라 스승의
날을 핑계 삼아
수고비를 준비한 것
같다.
“뭣 하러 이런 봉투를
준비했느냐!”며 나무라듯 폼을 좀 잡다가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결국 봉투를 받게
되었는데 말끝마다 무료 강의를 내세웠던
입장이라 양심상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돈 봉투를 받고 보니
액수를 떠나 돈이 좋긴 좋다는 기분이 든다.
어제 받은 봉투로 평소엔 잘 먹지 못하는
‘전가복’을 몇 번 먹을 수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삼삼하다.
처음부터 수업료를 받아야 한다고 얘기할 걸
그랬나?
음악수업을 시작하던 2017년 늦가을 당시,
총무 주부가 수업료
얘기를 꺼냈을 때 “그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냐?”며 워낙 돈엔 초연한 척하다 보니 지금 우리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은 가르치는 보람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돈은 싫어하는 분이라 우리가 자꾸 수업료
드린다는 얘기를 꺼내면 선생님이 격노하여 수업이
중단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전혀 아닌데,
내가 체면상 하도
돈엔 무심한 듯 떠들어대다 보니 이제 와서 나도 돈 받는 게 좋다는
속마음을 차마 얘기할 수는
없다.
처음에 학생들이
사례금 얘기를 꺼냈을 때 표정관리나 하며 가만있어야 했는데
“무료 봉사의 기쁨”
운운하며 괜히 똥폼
잡다가 대사를 그르쳤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니 매년 스승의 날이나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우리 학생들이 갖고 있는
“우리 선생님은 돈을
싫어한다.
수고비 드린다는
얘기는 절대 꺼내면 안 된다”는
이 엄청난 오해를 지금이라도 불식시킬 방법이
어디 없나?
총무 주부의 남편이 시내 중심가에서 병원을
하는 등 세 학생 모두 밥술을 좀 먹는 수준들이라
이 오해가 씻기기만 하면 내가 자주 전가복을
먹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년 스승의 날까지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기다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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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에 신이 났으면서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진행한 어제의 음악회 프로그램 중 작곡배경에
사례금 에피소드가 얽혀 있는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299>에 대해서만 한 자
적는다.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299는 모차르트가 파리에 체류하던
1778년 4월,
하프 연주에
조예가 있던 드긴이라는 공작과 플루트를 잘
불던 공작의 딸을 위해 완성한 곡이라는데,
당시 공작의 딸이 모차르트로부터 작곡을
배우고 있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 하프를 위해 쓴
유일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하프는
성능이 형편없어
오케스트라의 정규 악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고,
또 하프와 플루트의
협연은 매우 어색한 일이었다는데
모차르트는 특유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자료를 보면,
모차르트와 이 곡
의뢰자인 드긴 공작과의 사이가 틀어진 것 같은데,
아마도 공작이
이 작품에 대해 돈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작곡가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를 내놓으려 했던 것 같다.
이토록 훌륭한 작품에 사례금을 내놓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작품에 돈을 낸단 말인가...
하프라는 악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사례비를 제대로 못
받아 짜증난 건지,
모차르트는
다시는 하프가 들어간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작곡과 관련된 사례금
얘기가 그리 상쾌한 내용은 아니지만,
작품 하나는 참으로 천상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어제 음악회에서는 이 곡의
제2악장과 제3악장만 틀었는데,
곡이 끝난 후 음반을
턴테이블에서 내리는
내 등 뒤로 자그맣게 “역시 모차르트는
아름다워...”라는 말이 들렸다.
수고를 베푸는 자가 사례금을 요구하든
요구하지 않든 드긴 공작이나 우리 학생들과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충분한 사례금을 준비하는 게 맞긴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랑과 감사는 오직 물질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므로...
학생들로부터 받은 감사카드. 자랑삼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405425CD2640A08)
모차르트 :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299. 참고로 제2악장 10:35,
제3악장 19:02
모차르트 :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제2악장만
따로...
모차르트 :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중 제3악장도 따로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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