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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후기 문신이 용산에서 관악을 보고 읊은 시





파한집을 읽다가 당시 문신 이인로가 용산에서 한강과 관악을 바라보고 지은 시가 있어 소개해 올립니다.



二水溶溶分燕尾, [이수용용분연미]  물이 세차게 흘러 제비꼬리처럼 둘로 나뉘고,

三山杳杳駕鰲頭。[삼산묘묘가오두]  세 산봉우리 아득한데 자라머리 위에 있도다.

他年若許陪鳩杖, [타년약허배구장]  훗날 원훈을 모시는 것이 허용된다면,

共向蒼波狎白鷗。[공향창파압자구]  함께 푸른 물결 향하여 갈매기와 놀리라.



鰲頭 : 한북지맥의 하나인 鰲頭地脈. 의정부주변 한강봉 - 박달산 - 보현산 오두산으로 이어지는 지맥

       인데, 한남정맥(안성 칠장산 - 수리산 - 인천 계양산 - 김포 문수산)에도 오두지맥이 있다는 

       말이 있으나 확인이 어려움.

鳩杖 : 왕이 일흔살 이상되는 원로대신이나 공신에게 내리는 지팡이. 원로대신.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시를 짓게된 배경을 올립니다. 


昔僕出佐桂陽, 承廉使符, 到龍山宿韓相國彦國書齋。峰巒盤屈狀若蒼蛇, 而齋正據其額。 

江流至其下分爲二派, 江外有遙岑, 望之如山字。僕朗吟而起, 信筆題于壁云,


옛날 내가 계양에 지방관으로 가 보좌했을 때, 안렴사의 부를 받들어 가다가 용산에 이

르러 상국 한언국의 서재에서 묵었다. 산봉우리가 구불구불 얽힌 모습이 마치 푸른 뱀

같았는데, 서재가 바로 그 이마에 자리잡았다.

강이 흘러 그 아래에 이르러 두줄기로 나뉘었고, 강너머에는 멀리 봉우리가 있어, 바라

보니 뫼 산(山)자와 같았다. 내가 읊조리며 일어나 붓을 놀려 쓰기를,

<이하 위의 詩임>



[詩에 대한 저의 소감]


桂陽은 인천 계양산아래 옛 부평부를 말하는 것 같으며, 당시 수도인 개경을 가는 길이

계양에서 김포를 거쳐 파주방향으로 길이 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목적지가 지금의 서

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려말 당시의 용산은 지금보다 넓었을 것으로 보고, 시인의 위치는 꽤 높은 지역인 것

으로 보입니다. 

한강이 흐르다가 두갈래로 나뉜 것은 지금의 여의도에 의해 물이 갈리는 모습인 것 같고

강 너머로 아득히 보이는 것은 관악산으로 오두지맥의 머리부분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짧은 문구로 표현한 풍경이 마치 직접 바라보는 것처럼 한강줄기와 멀리 바라보이는 관

악산의 모습이 생생하기만 합니다.

鳩杖은 원로대신을 칭하는 표현인데 분위기가 깍듯하여 애교스러운 모습조차 느낍니다.

또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狎白鷗]는 표현을 보면 당시 갈매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

며 훗날 조선 초기의 한명회가 한강변에 정자를 지어 압구정이라 한 뜻을 알게 된 것 같

습니다.


http://cafe.daum.net/hanmunbu/JwmR/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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