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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술이야기] 서울쌀로 감미료 안넣고… '막걸리 청년'들이 해냈다

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일주일에 한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일주일간 쏟아지는 업무와 각종 뉴스 홍수를 겪은 후인 ‘사실상 주말’ 초입인 금요일 오전, ‘힐링의 콘텐츠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일 경제 마찰 이슈를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예사롭지 않게 시시각각 돌변하는 요즘이지만, ‘잠시나마 한숨 돌리고 쉬어가시라’는 뜻에서 긴장 풀고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술보다 더 맛있는’ 술 이야기를 제공합니다.

조선일보의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 필진에는 조선비즈 박순욱 선임기자를 비롯해 ‘재야의 술 고수’들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와인, 맥주, 위스키, 막걸리, 약주 증류주 등 주종 불문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력을 뽐낼 예정입니다

2019.08.30

박순욱의 술기행
네번째[맛있는 술이야기] 서울쌀로 감미료 안넣고… '막걸리 청년'들이 해냈다

이번 주에 보내드리는 ‘박순욱의 술기행’은 서울 막걸리 한강주조입니다. 서울 막걸리라고 하니까 장수막걸리를 먼저 연상하실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서울 성수동에 양조장을 차린 한강 주조의 술은 서울쌀인 ‘경복궁쌀’로 빚은 ‘나루 생막걸리'입니다. 서울 장수막걸리는 양조장이 지방에도 있고, 무엇보다 서울쌀이 아닌 수입 쌀로 만드는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또 하나, 나루 생막걸리는 단맛을 첨가하기 위한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것도 장수막걸리와는 크게 비교되는 차이점입니다. 늘 마시던 똑같은 소주에 싫증이 나서, “우리가 한번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만들어보자"라고 의기투합해 나루 생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한 기특한 30대 청년 네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나루막걸리, 김포평야 끝자락인 서울 강서구 ‘경복궁쌀’로 빚어
쌀 함유량 두배...원료 본연의 맛과 향 돋보여
"과거와 현재 잇는 나루터 역할하고 싶다"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서울 성수동에서 30대 청년 넷이 의기투합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왜 우리는 매일 소주만 마셔야 돼?" 이들이 ‘우리 스타일의 술을 만들어보자' 결심한 곳도 술집에서였다고 한다. 이후 작년 초부터 전통술 아카데미인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8개월간 술 빚는 과정까지 마쳤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만든 막걸리 원료가 서울에서 수확한 쌀이고, 감미료 하나 넣지 않았다는 사실.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이 얼추 1000곳이 넘는데, 이중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드는 곳은 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막걸리의 주 원료인 쌀 함유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대신 쓴맛은 줄이고 단맛을 키우기 위해 아스파탐, 스테비오 같은 감미료를 넣는다. 서울장수막걸리, 지평생막걸리 같은 술들이 대표적인 ‘감미료 첨가 막걸리’다. 성수동 양조장에서 만든 ‘나루 생 막걸리’는 감미료를 넣지 않는 대신에, 일반 막걸리보다 쌀 함유량을 두배로 늘렸다. 대부분의 막걸리의 쌀 함유량이 10% 안팎인데, 나루 막걸리는 20%가 훨씬 넘는다.

박순욱 기자
조선비즈에서 [박순욱의 술기행]을 연재하고 있는 박순욱 기자는 현재 조선비즈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독문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한 그는 1991년 11월 조선일보에 입사해, 오랜 기간 주류 담당을 해왔다. 그동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의 와인투어와 영국 스코틀랜드 위스키취재도 경험했다. 2016년 조선비즈로 옮기고 나서는 특히 우리술 취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술 빚는 사람들], [박순욱의 술기행] 등의 고정코너에서 한국 막걸리, 약주, 증류주는 물론 한국와인 양조장들도 현장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오랜 기간 술 취재를 통해 터득한 전문가적 소양을 현장취재 기사에 중간중간 적절히 녹여넣어 ‘맛깔나게 술 기사를 쓴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문가 기고
이제는 술도 원료의 품종을 알고 마시자
막걸리를 만드는 재료는 쌀, 누룩, 효모, 물이면 된다. / 더술닷컴

술의 맛은 무엇에 의해 좌우 될까? 술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분 소재로 보면 원료(쌀, 밀가루, 맥아 등), 발효제(누룩, 입국 등), 물, 효모 등으로 이야기 한다. 그 중에서 술의 특징을 크게 반영하는 것은 ‘원료’라 할 수 있다. 쌀을 이용하면 막걸리나, 약주, 사케가 되고 포도를 이용하면 포도주가 되는 것처럼 원료는 그 술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이 된다.

술의 맛은 무엇에 의해 좌우 될까? 술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분 소재로 보면 원료(쌀, 밀가루, 맥아 등), 발효제(누룩, 입국 등), 물, 효모 등으로 이야기 한다.
다양한 원료의 품종에 의해 다양한 술들이 만들어 진다. 왼쪽부터 포도, 쌀, 맥아 / 이대형 박사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멜롯 (Merlot), 쉬라 (Syrah) 등의 포도 품종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며, 사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라 해서 사케를 만들기 적합한 쌀로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하쿠만고쿠(五百万石), 미야마니시키(美山錦) 등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맥주의 경우에도 맛을 나타내는 요소로 다양한 맥아와 홉의 품종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각 주류별 다양한 맛과 향을 나타내는 기본 원료로 와인은 200종의 주조용 포도 품종, 사케는 약 100종의 주조용 쌀 품종, 맥주는 맥아 300종과 홉 300종의 원료를 이야기 한다.
다양한 원료의 품종에 의해 다양한 술들이 만들어 진다

일본은 다양한 양조용 쌀 품종을 이용해 사케를 만든다. / 이대형 박사

우리나라에서는 술의 원료로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쌀일 것이다. 막걸리나 약주 그리고 소주까지 주원료는 대부분 쌀을 사용한다.

하지만 술의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쌀의 품종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는 양조장은 많지 않다. 양조장들에게 자신들의 술 자랑을 하라 하면 좋은 원료와 깨끗한 물을 사용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조금 깊게 그 원료가 어떤 품종인지, 어떤 품질 특성에 의해 술의 특징이 나타나는 지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술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원료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원료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반면 쌀을 이용해 비슷한 제조법으로 술을 만드는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대표적인 술인 사케는 오래전부터 품종을 중요시하여 술 제조에 적합한 품종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 결과, 사케를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 조건을 찾고 그에 따라 품종들을 만들어 보급하면서 쌀 품종별로 사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같은 품종도 지역에 따른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사케 원료로써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쌀 품종을 그 술의 특징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쌀 품종 자체 홍보를 통해 자신들이 만드는 술 맛과 향의 특징까지도 설명하고 있다.

전통주는 그 지역의 쌀 또는 국산 쌀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자신이 술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쌀 품종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쌀은 단일 품종 판매가 적고 혼합 품종 판매가 많이 때문에 특별히 품종을 지정하지 않으면 혼합 품종 쌀을 구입할 확률이 높은 이유도 있다. 또,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도 품종을 통한 품질의 홍보 보다는 자체 브랜드를 홍보하기에 품종의 중요성은 중요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양조장도 자신들이 만드는 술의 정체성과 차별화를 위해 쌀 품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경기도에 보급되는 밥맛이 우수한 참드림 품종(좌)과 참드림으로 만든 막걸리(우) / 백학쌀닷컴, 이대형박사

이제 소비자는 어떤 품종의 쌀이 밥맛이 좋은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가능하면 그런 품종을 구매하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현상이 가공식품으로도 옮겨 갈 것이다. 양조장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맛과 향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품종을 선발해 술을 만드는 것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양조 과정일 것이다.

특히, 원료 품종의 선발은 다른 양조장과의 차별성으로 마케팅적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는 제품명 또는 라벨에 국산쌀이 아닌 경기도 추청쌀을 이용해 만든 막걸리 또는 오대쌀을 이용해 만든 막걸리 등이 표시되어져야 할 때다.

이것은 단순히 막걸리뿐만 아니라 전통주 전반에 걸쳐 이야기 되어야 할 부분이다.
막걸리에 적합한 품종 연구를 넘어서 약주나 소주에 어울리는 품종을 선발하고 그러한 품종을 사용해서 만든 전통주의 차별성을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전통주의 다양성과 함께 고급화, 차별화가 가능해 지는 길이다.

아직 주종별 원료 품종 연구결과가 많지 않기에 원료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도 술 품질 향상을 위해 술 생산에 맞는 품종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소비자도 내가 마시는 술이 어떠한 지역의 어떠한 품종으로 만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지금보다 더 가져야 한다.
이러한 생산과 소비자들의 품종에 대한 관심이 증가 할수록 우리 전통주의 다양성도 증가할 것이며 우리 전통주만의 품종 떼루아(terroir)도 만들어 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쌀 품종별 전통주를 구분해서 마시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대형 경기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배재대학교 생물학 박사
전) 판코리아, 배상면주가 주류개발 연구원
현) 경기농업기술원 농업기술원 우리술 품평회 심사위원
우리술 품질인증 관능품질 평가위원
2015-2017 주류안전정책자문협의회 자문위원
2017 대한민국주류대상 심사위원
2010 전통주소믈리에 경기대회 심사위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이사 등
『우리술 보물창고』 공동저자 『향기로운 한식, 우리술 산책』 감수
조선닷컴(푸드) [술 연구자 이박사의 술 이야기] 컬럼 연재
『전통누룩에서 분리한 효모 88-4로 제조한 술의 증류 특성 논문』 외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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