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시니가 불과 37세에 마지막 오페라 <기욤 텔(윌리엄 텔)>을 끝으로 작곡에서 거의 손을 떼고
이후 40년을 미식가로 인생을 즐기다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그게 사실이지만
놀고먹던 그 세월 가운데서도 명곡을 하나
만들었으니 바로 <스타바트 마테르>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표현한 음악인 스타바트 마테르는
흔히 “성모 애상”,
“성모
애가”,
“슬픔의
성모”
등으로 번역되는데
보다 정확하게는
“성모 서 계시다”라는 뜻이며 먼 중세로부터 전해오는 성모
찬송이다.
로시니의 벨칸토적이고 오페라적인 매력이
종교적이고 엄숙한 주제와 만나 찬란한 걸작이
탄생했다고 보면 되겠다.
스타바트 마테르를
다룬 곡들이 많은데 페르골레지와 드보르작,
그리고
로시니의 작품이 가장 유명한
편이다.
로시니는 1831년 스페인 여행 중에 바렐라라는 사람의
사적인 의뢰로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되었다는데 자신이 6곡을 쓰고 건강문제로 나머지 부분은
타돌리니라는 다른 이에게 작곡을 맡겨
총 12곡으로 완성된 작품을 의뢰자에게
넘겼으며,
이후 의뢰자가
사망하면서 소유권 문제가
발생하자 로시니는 대폭적인 개정작업에 들어가
자신이 썼던 6곡에 새로 4곡을 추가하여
1841년 모두 10곡으로 구성된 로시니 단독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완성했다.
10곡 중 내가 즐겨 듣고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진지한 맛이 출중한 제1곡,
너무나 유명한
테너 아리아 <쿠유스 아니맘>이 흐르는 제2곡,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이 자극적인 금관합주와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진
제8곡,
그리고 로시니의
오페라 서곡들에서와 같은 싱그러운 활력과
장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제10곡이다.
슬픔에 잠긴 성모를 그린 음악이라 당연히
종교적 분위기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로시니 특유의
대중성 높은 선율미와 현란한 관현악이
두드러져 화창하고 듣기 좋은 음악이다.
지난 세월,
파바로티의 음성으로
제2곡 <쿠유스 아니맘>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 제2곡을 듣다가 교향곡의 찬란한 피날레 같은
제10곡 <아멘>을 듣게 되었고 이후 전곡을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내게
<스타바트 마테르>로는 페르골레지의 곡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로시니의 이 곡도 걸작임에
틀림없다.
오페라에서 손을 놓은 후 스테이크나 뜯으며
논 줄 알았던 로시니가 그냥 놀았던 게 아니었음을
알게 하는 반가운 작품...
사족으로,
로시니가 미식가였고
특히 소고기 스테이크를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로시니 아버지의 직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로시니의 아버지가
혼을 연주하는 음악가였지만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 다른 직업으로
도살장을 감독하는 일도 하였는데
퇴근길에 갓 잡은 고기를 자주 집으로 들고
오다 보니 로시니가 일찍부터 고기맛을 알게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가족이 고향
페사로에서 볼로냐로 이사한 후에는 로시니도 도살장에서
시간제로 근무했다고 하니 로시니가 고기와는
인연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도살장 외에 대장간에서도 일을 배웠다는데
자칫 도살장이나 대장간 일꾼으로
살게 되었을지도 모를 로시니가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인류에게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모처럼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듣다 보니 이번에 청문회를 한 장관
후보자를
성모 마리아가 한심한 듯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 거짓과 후안무치, 인간의 가장 밑바닥
모습에 성모도 넋이 나간 표정...
로시니 : <스타바트 마테르> 중 제10곡
"아멘"
로시니 : <스타바트 마테르> 중 제2곡 "쿠유스
아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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