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일주일에 한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선일보가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로 일주일에 한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일주일간 쏟아지는 업무와 각종 뉴스 홍수를 겪은 후인 ‘사실상 주말’ 초입인
금요일 ‘힐링의 콘텐츠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일 경제마찰 이슈를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예사롭지 않게 시시각각
돌변하는 요즘이지만, ‘잠시나마 한숨 돌리고 쉬어가시라’는 뜻에서 긴장 풀고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술보다 더 맛있는’ 술이야기를
제공합니다.
조선일보의 ‘맛있는 술 이야기' 뉴스레터 필진에는 조선비즈 박순욱 선임기자를 비롯해 ‘재야의 술 고수'들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와인, 맥주, 위스키, 막걸리, 약주 증류주 등 주종 불문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력을 뽐낼 예정입니다.
이번주 술이야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전문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인터뷰로 시작하겠습니다. 서울 신사본점과
명동점, 두 곳에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의 행동반경은 이 두 곳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전국의 ‘숨은 양조장’을 방문한 곳만
400여곳에 달할 정도로 그는 ‘전통주 업계 최고의 마당발'입니다. 지역에서 열리는 명품 전통주 선정 행사장에서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가
하면, 농식품부가 정한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에도 자주 얼굴을 내밉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곳은 술집입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소식을 보면 하루에만 두세 곳의 술집을 뛰는 그의 활약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2차, 3차가 보통입니다. 도대체 저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도 괜찮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백곰입니다. 연일 주점을 찾아다닌 덕분에 풍채가 넉넉합니다. 아쉬운 점은 올해 시작한
‘막걸리와 재즈의 만남’ 공연 이벤트를 9월 행사를 마지막으로 중단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그의 스토리를 직접 읽어보시죠.
전국 최대 규모 300종 전통술 갖춘 점포 두곳 운영
"하반기 도매유통사업 진출로 영세 양조장
판로 뚫는다"
정말 북극 백곰 같이 생겼다. 상의도 가급적 흰 옷만 입는다. 본인 스스로가 백곰이라는 별명을 즐기는
듯 하다. 실례일 것 같아 체중을 묻지 않았지만 몸무게도 꽤 나가는 것은 틀림없다. 거의 매일 밤마다 전통주점을 돌며 술과 음식, 친구, 얘기,
이 네가지를 즐기니 몸이 불어나지 않았다면 그게 거짓말이다. 그의 ‘전통주점 순례’는 자신의 주점 영업이 끝나는 시간인 밤 12시쯤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점심 시간 ‘출전’도 드물지 않다. 전통주업계 최고의 마당발,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이야기다.
2016년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문을 연 전통주전문점 ‘백곰막걸리'는 술맛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전통주 성지'로 통한다.
새하얀 양옥집에 들어서면 백곰을 빼닮은 이승훈 대표가 손님을 맞는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전통주는 300종 남짓 된다. 개점 초기 120종에서
시작했는데, 3년만에 두배 이상 늘었다. 전국 100여 곳의 전통주 주점 중 압도적 1위다. 2년 전에는 그가 밤마다 찾아다닌 술집 위주로
‘전통주전문점협의회’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작년에 2호점인 백곰막걸리 명동점을 열었고, 올해부턴 명동점 지하에서
우리술과 재즈의 만남이란 이벤트도 매달 열고 있다. 막걸리와 재즈는 무슨 상관성이 있을까? 이승훈 대표를 만나 전통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는...
2019년
중국 상시지역의 펜양에서 열린 CMB(Spirits Selection by Concours Mondial de Bruxelles)가 주류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유는 개최지를 바꾸기 때문이다. 다른 품평회들이 고정된 나라 혹은 도시에서 계속 열리는 반면 2006년부터 개최지를 바꿔가며
대회를 개최한다.
필자가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2015년 스피릿셀렉션은 중국 구이양에서 열렸고, 2016년은 멕시코,
2017년은 칠레, 2018년은 불가리아에서 열렸으며, 2019년은 다시 중국 백주의 원류지역으로 불리는 타이위안의 펜양(fenyang)에서
개최되었다. 품평회 마지막 날 다음 대회 개최지를 공개하는데, 2020년 스피릿셀렉션대회는 콜롬비아다.
그 개최국의 증류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음 개최지는 철저하게 비밀에 유지되기 때문에 심사위원들 사이에 최대의 관심사이다.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국적을 살펴보며, 조심스레 추측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심사위원들과 인사하면서 내가 간만에 심사하러 왔기 때문에 다음 대회를 한국으로 추측하는 심사위원들도 꽤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피릿셀렉션 대회 유치를 위해서 정성을 들이는 국가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한곳에서만 열리는 다른 품평회와 달리 전 세계 주요
증류주 생산국가를 돌며 유치하는 이유는 그 개최국의 증류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증류주는 위스키, 럼, 진, 보드카, 데킬라, 코냑와 알마냑 깔바도스의 브랜디, 그리고 중국의 백주 정도이다. 전 세계에는 라캬,
피스코, 그라빠, 퍼머스, 카샤샤, 압상트, 삼부카, 아락, 우조 그리고 각 나라의 과일로 만든 다양한 증류주들이 있다.
각
국가에서 온 심사위원들은 스피릿셀렉션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힘을 많이 쓰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역시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의 여파로
자국 내 고급 백주 소비가 줄어든 중국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스피릿셀렉션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최대 진 생산국가이며
소비국가인 필리핀도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스피릿셀렉션의
개최 효과
첫 번째, 세계에서 가장 주류업계에서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을 모아놓고 자국의 증류주를 홍보할 수 있다. 심사위원
중에는 해외 유력 언론사 소속의 기자 혹은 저널리스트들이 대회 기간 내내 실시간으로 기사를 올리거나 혹은 대회가 끝난 후 품평회와 관련 이벤트를
심도 있게 기사 작성하여 배포한다.
두 번째, 자국의 증류주를 최대한 출품 시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중국에서 개최한
2015년과 2019년 대회에는 중국의 백주 출품이 많이 늘었고, 메달도 많이 획득하여 품질을 인정받았다.
세 번째, 대회를 통해
인정받은 품질을 바탕으로 주류 수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주류품평회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는 주류생산자, 언론인, 주류 교육기관 종사자 외에
주류유통업자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참여했던 대회의 수상작들에는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며 좋은 품질의 주류를 유통하고 싶어 한다.
이번
대회에 내가 속한 테이스팅 그룹에서 시음한 샘플 중에 프랑스 알마냑VSOP등급 제품 중에서 골든 메달의 위 단계 그랜드 골든 메달이 나왔다.
그랜드 골든 메달은 품평회 3일 동안 저희 그룹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100여 개의 샘플 중에 2개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품질을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품평회 결과가 나오고 우리 그룹에 나왔던 그랜드 골든 메달을 받은 알마냑 VSOP 제품이 어떤
제품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제품을 내 주변의 아는 주류 유통하시는 분들께 수입을 권할 예정이다. 특히 한일외교 마찰 문제로 기존
사케를 전문으로 수입하던 수입사들이 수입제품의 다변화를 꾀하려는 시점에 그 수입사에는 굉장히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해외 전문가들과 주최국가 주류전문가들 사이에 교류가 형성된다. 통상 품평회가 개최되면 개최국의 심사위원을 다른 나라에 비해 배정을 조금
더 해준다. 이번 2019년 중국대회에도 10여 명의 중국심사위원들을 각 그룹에 배정 시켜 대회를 진행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증류주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국가였지만, 대부분의 소비가 내수 시장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크게 제품의 경쟁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국은 출생과 더불어 모든 관혼상제 행사에 술을 꼭 함께하였고, 그 행사의 격은 어떤 술이 나왔느냐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에 좋은 술은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판매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반부패운동의 시작으로 고급 주류에 대한
소비가 확 줄어들어 위기감을 느낀 백주 업체들은 서구시장으로 눈을 돌리었고, 그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무척 노력 중이다. 그러한 노력과
시도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을 이번 대회 심사과정에서 보게 되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증류주 소비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류시장에서는 고립된 섬과 마찬가지이다. 특히 소주 분야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주류분야가 세계적인 흐름과 무관하게 자국 내 내수 시장 위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런 구조의 위험이 많다는 것을 최근에 경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내 대기업 맥주 제품들은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는 외신기자의 기사이다. 그 이슈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국산 맥주의 단조로운 맛에 불만을 표출하였다.
그 불만은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에 팔리는 수입 맥주 소비로 이어져 국산
맥주 점유율이 낮아지고, 수입 맥주 점유율이 한때 60%(편의점의 경우)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내수 시장으로만 편중된 국내
주류시장의 잠재적인 위협요소는 희석식 소주 업계에도 존재한다. 최근 필자를 비롯하여 증류주에 관여된 사람들은 동남아에서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고
싶어 하는 주류제조업자들의 요청을 받았다. 동남아에서 생산된 저렴한 주정을 이용하여 희석식 소주를 만들어 동남아 시장을 비롯한 한국까지
역수출하고자 하는 제조업자들이 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소주 공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희석식 소주 제조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지금은 국민정서상 수입 희석식 소주에 대한 반감이 있어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어떠한 계기가 생겨 그 반감이 사라진다면
국내 희석식 소주 업계에도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협요소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도 세계 주류시장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스피릿셀렉션 같은 국제주류품평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락희앤컴퍼니 이사
한국위스키협회 사무국장
싱글몰트위스키 바이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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