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Mahler -
Piano quartet in a minor
구스타프 말러 - 피아노 4중주, A단조
Inon Barnatan, piano
Boris Brovtsyn, violin
Amihai Grosz, viola
Boris Andrianov, cello
[Mahler: Pianokwartet in a kl.t. arr. Alfred Schnittke
29 december 2010, Internationaal Kamermuziekfestival Utrecht, Vredenburg]
1988년 러시아의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가 편곡 완성한 버전
Mahler & Schnittke: Piano Quartet in A minor (Gidon Kremer)
Performed in 2009 by Gidon Kremer (violin), Maxim Rysanov (viola),
Giedre Dirvanauskaite (cello), and Andrews Zhlabis (piano).
Schnittke's piece is an unhinged reworking of Mahler's incomplete second movement.
Gustav Mahler: Piano Quartet in A minor (0:35)
Alfred Schnittke: Piano Quartet in A minor (11:26)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의 [피아노 4중주]이다.
이 곡은 앤드류의 트라우마 즉, 유태인 수용소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죽은 아이들에 대한 그의 죄책감을
상징한다.
다카우 수용소에 있는 유태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앤드류는 권총 자살을 기도한
독일군 장교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때 턴테이블 위의 음반에서 이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독일군 장교는 마지막으로 이 곡을 듣다가 자기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죽지 않는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몹시 고통스러워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다시 집으려 하지만 앤드류가 그것을
멀리 치워 버린다.
그렇게 최후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실패한 독일군 장교는 그 후 1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죽어간다.
말러의 [피아노 4중주]가 울려 퍼지는 방에서...
그 후 이 곡은 앤드류에게 수용소에서의 죽음과 살인, 유태인의 시체 더미에서 본 죽은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는 절대로 이 곡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말러의 음악은 끔찍했던 전쟁과 살인, 죽음의 기억만큼이나 선명하게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이 곡은 1876년, 말러가 빈 음악원에 다니던 16살 때 작곡한 것이다.
본래 네 개의 악장을 모두 쓸 생각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1악장만 쓰고 작곡을 중단한다.
그래서 지금은 이 악장만 연주한다.
조성은 A단조인데, 말러는 A단조를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무의식적인 예측”을 상징하는 조라고 했다.
당시 16살이던 말러는 이 곡을 통해 무엇을 예측했을까.
그는 젊은 시절부터 음악가로 성공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유태인이라는 것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성공의 문턱에서 수없이 좌절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나중에 자신의 아이까지 잃는 불행을 겪으면서 그는 비극을 자기 삶의 일부로
체화(體化)했다.
따라서 그의 A단조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체념적 자각이자 정서적 수용을 의미한다.
그 ‘무의식적인 예측’에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전개된 대규모 전쟁과 유태인에 대한 전대미문의 학살극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은 말러와 앤드류 모두에게 엄청난 트라우마였다. 바로 이 시점에서 말러의 음악과
앤드류의 기억은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말러는 한창 시절이 좋을 때에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한 숙명적인 두려움을 드러내곤 했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작곡한 [피아노 4중주]에서도 이런 자각이 엿보인다.
이 곡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이렇게 네 대의 악기로 연주한다. 이와 같이 현악기 세 개와
피아노 한 대가 함께 앙상블을 이루는 경우, 피아노는 현악기들과 대응되는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음악을 펼쳐나갈 수 없다.
이 점이 현악 4중주 편성에 피아노가 첨가된 피아노 5중주와 다른 점이다.
피아노 5중주의 경우, 현악 4중주로 충분히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네 음역이 채워지기 때문에
피아노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입장에서 자유롭게 자기 세계를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피아노 4중주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피아노가 현악기 세 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음역의 일정 부분을 채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곡은 피아노가 오른손으로 A단조의 으뜸화음을 셋잇단음표로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른손이 계속 셋잇단음표로 화성적 배경을 만들어주는 동안, 왼손이 6도 도약의 중요한 모티브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피아노에 이어 현악기에서도 이 모티브가 서로 시차를 달리하며 차례로 나타난다.
이 곡에서 6도 도약 모티브에 대한 말러의 집착은 매우 집요하다. 음높이와 악기를 달리하며 전곡에 걸쳐
끊임없이 샘솟도록 만들어 놓았다.
앤드류의 삶 속에 불쑥 불쑥 나타나는 그 집요한 기억처럼.
6도 도약 모티브 다음에는 연속적으로 하강하는 모티브가 나타난다.
처음에 이 모티브는 부드럽게 하강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강도가 격렬해진다.
그러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마침내 처절하고 단호하게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모두 소진시켜 버린다.
격렬한 클라이맥스의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면 음악은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재현부로 넘어간다.
마지막에 집시 바이올린을 연상시키는 바이올린의 짧은 독주에 이어 앞에 나왔던 모티브가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다음 곡을 마무리하는데, 그 방식이 매우 이례적이다.
3도 화음을 여리고 짧게 살짝 연주하는 것으로 끝낸다.
장렬한 비가의 대단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싱거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량한 사람으로 죽겠다는 앤드류의 선택이 비극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전쟁과 죽음이 있는 한, 비극은 언제든지 재현될 것이고, 그럴수록 완전무결한 대단원을
맞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