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월산방도사님의.. 비 내리는 오후에 듣는...바흐 <아리오소>, 리스트 <위안> 제3번...
음악듣기가 취미이고 사이비 음악전도사를 자처하며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주변에
음악을 매개로 알게 된 사람들(당연히 100% 여자들)이 여럿 있고, 그들 중 몇 분에게는
매일 오전 중에 들을 만한 음악 소품을 한 곡씩 유투브로 꾸준히 보내고 있다.
유투브 선물이 갈 때마다 문자로 감사인사를 주고받는 게 피차 번거로운 일이라
일체 인사 없이 받기만 하라고 당부하였고, 지금은 단순 감사 문자는 없는 상태이지만
가끔은 곡을 받기만 하는 입장이 불편한지 선물을 보내오는 이들도 더러 있는데 예를 들면,
언덕 위 그림 같은 전원주택에 사는 K 주부의 경우 자신의 텃밭에서 손수 키운 채소 등을
부쳐오기도 한다.
이틀전부터는 부끄러운 모양새로 세상을 떠나간 시장, 존경하는 전쟁영웅의 별세 등으로
나라가 초상 또는 추모 분위기라 잔잔히 가라앉는 곡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평소에 오지 않던 인사 문자들이 몇 군데서 온 걸로 보아 괜찮은 반응을 얻은 듯했다.
오늘 오전엔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과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안드레이 이오니처가
함께 연주한 바하의 <아리오소>를 보냈는데, 보낸 지 이십여 분쯤 후
대구의 저명 작가이자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C 여사로부터 감사 문자가 도착했다.
유력 일간지에 산사기행을 연재 중이라 남편에게 운전을 시켜 산에 갔던 모양이다.
“남편과 아침 일찍 일어나 김천 고방사 다녀가는 길입니다.
절 오르는 길에 참나무가 바람에 잠을 깨는 소리가 너무 아름다운 아침이었어요.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했었거든요~~^^
날씨에 딱 어울리는 곡을 보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나의 답장은 항상 젠틀하다.
“부부가 함께 산사를 찾는 모습, 부럽고 아름답습니다.
<아리오소>를 연주한 많은 동영상이 있지만 두 젊은 거장의 연주가 지순(至純)하여
골라 보았습니다.
곡이 어울린다니 다행입니다.^^”
바하 : 아리오소 (오늘 보낸)
(보너스) 리스트 : <위안> 제3번 (어제 보낸)
(보너스) 포레 : 무언가 Op.17-3 (그저께 보낸)
(보너스) 마스카니 :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 (그저께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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