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수필,산문 등

낙엽과 인생 / 김영중 수필가

 

 

낙엽과 인생

김 영 중 수필가

 

아침을 맞아 방안 공기를 환기시키고자 창문을 여니

순식간에 공기정화기의 빛깔이 발간색으로 바뀐다.

발간색의 의미는 공기가 택해진다는 신호이다.

바깥 공기가 나쁜 것은 대형 산불의 영향이다.

드디어 지구가 반발하기 시작 한 것이다.

끝없이 자연 파괴를 자행하는 인간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상이변, 산불, 지진, 폭우, 폭풍, 인간의 오만을 응징하기 위한

대재앙이 시작 된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연이 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으나

감사는커녕 너무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한 대가를 받는다는

생각이드니 인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살기 어려운 지구에 가을이 돌아왔으나 나에겐 예년 같지 않은

가을을 맞게 한다.

공기가 맑아진 가을과 함께 생기로운 기분이 들기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가을은 밝고, 맑고, 투명한 세계로 나를 인도해야 하는데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 접어든 가을은 모든 것이 흐리고 불투명하고 답답한 가을이다.

 

사진예술작가가 올린 영상에 펼쳐진 가을 풍경들,

하늘과 나무들을 바라보는데 호젓한 산길에

무수히 낙엽이 떨어져 쌓여있어 처참하게 느껴질 정도로 깔려있다.

마치 전쟁이 휩쓸고 간 병사들의 시체처럼 그렇게 누워들 있다.

이름 없는 나무에 이름 없이 피어 바람에 시달리고

폭우에 시달리고 태풍에 견디어 내고

벌레들에게 침해당하고 그러한 것들을 다

견디어내고도 때가오면 미련 없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해 거름이 되는 것이

대자연의 순환원리라면 낙엽과 인생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인생도 길어야 백년 때가 되면 우리도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죽어 한 줌 흙이 되어도 우리 인간은 자연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묘비에 이름만 남긴다.

 

가을은 짧다. 내 인생의 가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고요하게 시들어가고 늙어감이 마치

서산에 기우는 해 의 모습이다.

이 짧은 가을 인생, 끝을 알면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대 우주의 순환에서 보면 눈 깜짝할 사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놓여있는 자리를 둘러보며 나 자신을 재 정비해보아야 하리라.

엽만도 못한 인생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사람이 죽어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들 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름을 죽은 묘지에 남기기보다 좋은 일 하는데 남겨야 한다.

나는 문학인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그지없이 자랑스럽고 영광 스럽다.

문학을 하며 문학으로 인해 내 영혼은 청춘이 였고

문학에 많은 은혜를 입었다.

은혜를 베풀어준 문학에 감사하며 땀 흘려 수확한 것을

문학을 위해 나누는 것이 은혜에 보답 하는 길이란 생각이다.

 

내 주변에게는 사랑하는 문우들이 있고 후배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문학을 빛내는 일에 인간 낙엽이 되고 싶다.

고독은 혼자이기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다 주었으나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에 물들지 않는 행복한 이 가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http://cafe.daum.net/la-shmunhak

 

LA 수향 문학회 cafe.daum.net/la-shmunh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