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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옥몽(속 금병매) <84>

■금옥몽(속 금병매) <84>

*묘원외와 정옥경은 의형제를 맺고 의기 투합하지만

꽃에는 아름다운 향기가 있고

玉은 따뜻한 정이 있다던데,

담백하고 가벼운 치장을 해도

아름다움이 넘쳐 나는도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그려낼

수가 있지만,

풍류 하나만은 도저히 그려낼

수가 없다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천상에 있다니!

월궁의 항아가 이보다 더 예쁠까?

노래하고 악기 다루는 수천 수만명의 기녀들이 있다 하여도 오늘 본 이 아리따운 아가씨에 비한다면 새발에 피에 불가 하리라."

수많은 홍등가와 기생집을 돌아 다녀 보았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절세의 미인임이 틀림 없었다.

혹시 이 난리 통에 궁궐에서 빼돌린 비빈(妃嫔)이 아닐까 의심까지 들었다.

어떻게 해야 저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 한번 품안에 안아 볼 수 있을까?

무슨 묘책이 없을까?

그래 우선 정옥경을 만나서 방안을 찾아 보아야지, 묘원외는 결심이 서자 내일 점심 식사에 초대한다는

서신을 써서 동자를 시켜 옥경에게 전달 하였다.

초대를 받은 옥경은 안그래도 어떻게 하면 묘원외에게 접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서로 마음을 둔 것은 달라도 어쩧던 뜻이 통하였다.

그래서 옥경은 옷도 신경을 써서 입고는 초대한 묘원외의 배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묘원외는 비단으로 수놓은 휘장을 쳐놓고 배안을 호화 롭게 꾸며놓았다.

양주(掦州)란 곳이 원래 많은 물자가 거래되고 타지방과의 무역이 성한 도시라 오히려 동경인 개봉에서는

볼 수 없던 진귀한 물건들이 많았다.

고급 식기에 진귀한 산해진미의 안주를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옥경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표하면서 앉기를 권했다.

산전수전 다 격은 묘원외는 정옥경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는 속으로 아! 아직 솜털도 안가신 애숭이란걸

깨닫고는 차츰 말투가 비꼬는 듯이 변해 간다.

"피리와 비파는 이지방에서 배운것 같진 안은데, 어디서 그런 훌륭한 기예를 연마 하셨나요?"

"네. 개봉에서 궁중 악사이던 왕일랑(王一娘)에게 십여년을 배웠지만 제가 아둔하여 아직 멀었습니다,

하나 제 내자는 개봉에서 제일가는 청루의 이사사(李师师)에게서 전수를 받아 연주 하지 못하는 곡이 없습니다."

"술이 몇 순배돌고 나자 기분이 좋아진 옥경은 묘원외가 온갖 듣기 좋은 말로 칭찬을 해 주자 신이나서 비파를

한곡조 탄다.

" 묘원외의 마음은 은병에 있지만 마음속에 숨긴채, 아! 내 화류계라면 안 가본 곳이 없는데 이렇게 비파를

잘 타는 분은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정형께서 개의치 않는다면 의형제라도 맺어 훌륭한 연주도 가끔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전심전력을 다해 오늘의 만남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형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강남땅의 대부호가 먼저 의형제를 맺자고 제의해오니, 뛰는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흥분된 옥경은 적원외를

사기쳐 먹던 솜씨는 어디 갔는지 묘원외에 술수에 그져 감격하여 빠져 들고 만다.

그래서인지 황급히 몸을 일으켜 고마워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 저 역서 좋습니다.

단지 지체가 높으신 분이라서 감히 제가 청할 수는 없지만 간절히 바라던 바(不敢清固所愿)입니다.

이렇게 소제(小弟)를 어여삐 바 주시니 그저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 드리옵니다."

그리고는 술 한잔을 가득 부어 묘원외에게 올리고는 넙죽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나이를 따져보니 묘원외가 서런 여덟이고 적옥경이 열아홉이라 당연히 동생이 되었다.

묘원외는 의동생 정옥경에게서 정식으로 형에대한 예우의 절을 받자 배안에 있는 하인들 이십여명을

불러모아 아우 옥경에 큰절을 하게하고는 이제 아우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묘원외는 동옥교(童玉娇)를 불러내어 시동생과 형수사이의 예를 올리게 했다.

동옥교는 짙은 화장에 만면에 미소를 띄고있었다.

옥경이 형수에게 큰절을 올리려 하자 묘원외가 둘이 함께 맞절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의자에 마주 앉아 담소를 한다.

옥경은 곁눈질로 동옥교를 훔쳐 보는데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나 할까?

아니면 남자는 다 도둑놈이라고 할까?

형수와 동생으로 인사한지가 조금 전인데 옥경이는 동옥교가 여자로 보이는 것이다.

한참 여인으로 무르익은 동옥교가 어쩐지 은병 보다 더 매력있는 여자로 보여 음심을 동하게 하니 말이다.

"아이고, 죽겠네!

조년 한번 품어 봤으면 좋겠다.

정말 풍만하고 팽팽한것이 금방 달아 오르겠는걸?

은병이는 아직도 서투르지만 저 계집은 기막힐거야 자지러지고 야단일걸, 어떻게든 해 봐야지, 애고 애고

미치겠네..."

정면으로 보기가 민망해서 곁눈질만 하고 있는데, 알고 있는듯 얼굴에는 훈훈하게 만면의 미소를 머금은체

살짜기 추파를 던져 옥경이의 애간장을 녹였다.

동옥교는 정옥경 부부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보자고 묘원외와의 사전 약속이 있었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파를 던졌던 것이다.

그런데 옥교 역시 묘원외야 배불뚝이에다 볼품 없는 모양으로 정붙일 곳 하나 없지만 돈맛에 살붙이고 있는데

오랫만에 허여멀쑥한 미남 청년을 대하니 진심으로 춘정(春情) 일어나서 묘원외의 약속을 핑계로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는 것이었다.

"어! 여보 뭐하고 있어?

시동생 한테 한잔 올리지 않고."

묘원외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장단을 맞춰주자, 옥교가 날아갈듯이 교태를 장뜩 품응 몸짓으로

술잔을 올린다.

옥경은 그저 옥교에 대한 음심으로 입을 헤벌린채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옥교는 시동생은 황실 악사에게서 음률을 배웠다 하니, 쇤네의 연주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는지 한번 들어 주시구려 하며 비파를 뜯으며 노래를 한다.

땅거미는 희미하게 깔리는데,

초생달은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하얀 그림자 어지럽구나.

'님이여 여기서 즐거이 돌아

가시죠.'

짙게 화장한 여인.

부끄러워 매화가지 만지며

나직히 말 건넨다.

'이 좋은 봄 밤이 아쉽잖아요?'

노래가 끝나자 솔직히 그렇게 잘하는 실력이 아님에도 옥경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묘원외에게 포권(抱拳)의 예를 갖추고 말한다.

"부족한 아우를 이리 환대해 주시니 무어라 감사의 뜻을 표시해야 할 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우도 내일 두분을 초대하고 싶은데 형님의 뜻이 어떠하신지요?

하늘이 형님과 좋은 인연을 맺도록 해 주셨으니, 제 처도 당연히 형님 내외분께 인사를 드리는게 도리인

것 같습니다.

안그렇습니까?"

능구렁이 묘원외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능청을 떨면서 말한다.


"아니, 아닐세!

아우님이야 여로(旅路)에 아직 쓸만한 주방과 세간살이가 미흡할 터이니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한번더 아우님 내외를 초대하고 싶네."

"형님, 아우를 너무 무시하는 군요.

술 한상 차리는 것인데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단지 형님께서 초란 배로 거동 하심에 누를 끼칯까 걱정이죠."

옥경은 다시 형과 형수에게 술을 권하고는 자신도 한잔 마시고는 피리를 한곡조 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연주를 하는데 바위을 깨트리고 구름을 뚫는 듯한 호방한 기개가 피리소리에 묻어난다.

동옥교 역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옥경을 칭찬해 주었다.

묘원외는 벌써 취했는지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떨구고는 가볍게 코까지 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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