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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 해남 가는 길

 

 


해남 가는
송언 저김의규 그림우리교육2009.04.10

 

 

 

 여행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좋다.  실천하기 힘들어도 누구나 한번 쯤 꿈 꾸어 보는 도보여행.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만으로도 흐뭇하다.  가족간의 소통이 있고 정이 있고 훗날,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도보 여행!  여기, 수원에서 해남까지의 국토순례를 결행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무슨 갈등이 있어서 화해를 하러 가는 길도 아니요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에게 심오한 인생 교훈을 주입하기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니다.  가족으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잠자리에 눕고, 같은 눈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다.


  여행 에세이라고 하니, 전문 여행 작가인 류시화나 김남희나 한비야의 글을 떠올리며 이 책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  사실 그렇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나오는 교사인 아버지는 전문 여행 작가가 아니다.  고등학생인 아들 곁에서 여정을 체크하고 식사와 잠자리를 챙겨주며, 가끔씩 인생 선배로서 먼저 경험한 일을 아들에게 도움말 삼아 전하는 아버지로서의 작가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느새 나도 상상속의 가족이 생긴다.  아직은 없지만 곁에는 아들을 설정해 보기도 하고 딸을 세워보기도 한다.  즐겁다.  이어진 마을과 마을, 길과 길을 지나면서 달리 들리는  사투리가 정겹다.  곁에 걷는 딸에게 (혹은 아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마을의 명소인 산과 바위를 지날 것이다.  그 바위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 하자.  때로는 그 지방 출신의 예술인에 대하여, 그 지방의 역사에 대하여, 나무와 꽃에 대하여, 열매에 대하여. 마당에 자유로운 동물에 대하여!  아, 그러려면 평소에 공부를 해 두어야겠다. 책도 많이 읽고 정보도 모아두고 좀 더 좋은 여행을 위해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도시쯤 지날 때 운좋게도 미술관이라도 만난다면, 표를 끊고 입장하여 보는 것이다.  그런 후에 또 이야기하며  목적지를 향해 걷겠지!  좋다.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도보 여행을 한다하면 선망의 눈길이다.  다들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문제는 실천!  실천도 마음만 한번 크게 먹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대를 사는 중고생 자녀들. 학교와 학원에 코뚜레로 묶여 산다.  방학도 시골 외가에 가서 놀다 오는 예전의 개념이 아니다. 이름만 바뀔 뿐 학교 생활의 연장이다.  청소년 감성으로 느끼는 자연과 가족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기회를 빼앗기며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그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발벗고 나서주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자녀들과 함께 하는 도보 여행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도 여러 마을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를 한 몫한다.  한 명창의 멋지고도 기구했던 일생과 알고 지내던 시인의 시비 앞에서 시를 읊어 주기도 한다. 명산 명찰에 들러서는 그 곳에 얽힌 이야기로 발을 쉬어 가기도 한다.  아버지에게 듣는 이야기는 선생님한테 듣는 이야기보다 어쩌면 더 와 닿을지 모른다.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이들 가슴에 천금 추억으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겠지!

출처 : 진주연의 설레임 공간
글쓴이 : 꽃방글 원글보기
메모 : 좋은 책이군요. 저의 방으로 스크랩해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