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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향수 시를 읽으면서 잠간 쉬어 가시죠

 

4구간 출발지 대전/옥천 경계를 출발하여 옥천군 군북면을 지나면

7 키로 쯤 옥천읍내가 나오고 주로 바로 옆 동네는 아니지만 가까운 하계리에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고 문학관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리워할 수 있는 고향의 모습을 "향수"에 담아 많이 애송되고 있고 노래도 같이 올렸으면 좋겠는데 콤퓨터 실력이 안되서 시만 올립니다.

 

이번 주 3, 4구간에도 넓은 벌 남쪽 끝으로 계속 내려 가고 실개천도 수 없이 지나칠 겁니다. 뛰다가 멈출 수는 없지만 향수를 읽으면서 마음속으로라도 잠간 쉬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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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정지용(1902-1950)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