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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만경(萬頃)들...

눈 내리는 만경(萬頃)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琫準)이
 풀잎들이 북향하며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못다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대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이하 약)
 
 <5천만이 부는 ‘푸른 기상 나팔’>
유집(宥集)  

http://cafe.daum.net/bkbae31 메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