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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변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해 왔으며, 그 후 IBM을 그만두고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켜 신선한 경영비전을 제시하는 우리시대 대표적 변화경영사상가이며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 소장으로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저의 과동기인 '구본형'의 글입니다. 저희 학과 동문회에서 기획한 "선배가 끌어준다.-동문과 재학생의 만남"행사의 1부에서 "창조적전문가로 나를 준비하는 법"을 주제로 강연이 있습니다.(3월 22일 동문회관 스티브김홀 오후 6시~7시-1부)

일부러 들으려면 쉽지않은 기회라 본회의 재학생회원이나 시간이 되시는 분은 한 번 들어보시라고 안내합니다. 그리고 2,3부의 행사도 전공은 틀려도 같은 서강동문이므로 계속 계시면서 후배들을 격려해 주신다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구본형이 쓴 글 하나를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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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

 

신의 머리에도 진화가 일어날까 ? 천국도 진보할까 ? 한때 이런 질문은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신은 완벽하며, 천국은 바꾸지 않고, 사후의 생명은 영원하다. 종교는 신과 영혼불멸을 통해 영원성을 추구해 왔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19세기를 지나가면서 현대의 자유신학은 천국도 진보하며 신의 머리에서도 진화가 일어난다는 믿음을 퍼뜨렸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 속에도 진화의 내적 목적은 변함없이 영원한 요소로 존재했다. 지상의 삶에 절망할 때, 평화를 구할 곳은 천국뿐인 셈이니 천국은 늘 거기, 변함없이 있어야 했다.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가장 깊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변화로 가득하고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생각을 인류의 머리 속에 처음 불어 넣기 시작한 대표적인 인물이 헤라클레이토스다. 그는 에페소스의 귀족가문 출신이며, 까칠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그의 비판에서 자유로운 선배 사상가들은 거의 없었다. '호메로스는 선대 사상가의 명단에서 제명되어야하고, 피타고라스는 스스로 지혜롭다여겼으나 약간의 익살에 지나지 않는 주장을 했을 따름'이다라고 주장한다. 남을 경멸했을 뿐 아니라 인류 자체를 '악한 것'으로 경멸했다. 가축처럼 매로 쳐서 목초지로 끌고 가야하는 것이 인간이라 여겼다. 라파엘로는 '아테나이 학당'에서 그를 머리를 숙이고 뭔가 끄적이는 '울고 있는 사상가'롤 그려 두었다. 그러나 그는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고대 사상가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웅변적인 변화의 사상은 그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변화와 관련하여 그는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한다. 하나는 '판타 레이'(Panta rhei), 즉 만물은 유전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왜냐하면 늘 새로운 강물이 너에게 흘러들기 때문이다' 어떤 존재도 항상 똑같지 않으며, 아무 것도 고정 불변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의 낫이 모든 것을 베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의 변화 사상 중에서 만물의 유전 보다 더 중요한 주장이 있다. 바로 대립물의 혼합설이다. 만물 속에는 대극적 가치가 있다. 이것은 활과 리라처럼 대립하는 힘의 긴장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쌍을 이루는 사물은 온전하면서 온전하지 않고, 함께 모이면서 떨어지고, 조화로우면서 조화되지 않는다. 대극적인 상태들은 '잠재적인 관계'로 서로 동반한다. 결합되어야할 대립물이 없다면 통일도 없다. 따라서 대립물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 불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는 불이었고, 지금도 불이고, 언제까지나 살아 있는 불이다. 그러나 불은 계속 변함으로 불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만물은 불 속의 불꽃처럼 다른 존재가 죽어 주어야 존재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대립물들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원리를 보여준다. 그는 말한다. "죽어야할 자는 불멸자이고, 불멸자는 죽어야 할 자다. 한 존재는 다른 존재가 죽어야 살 수 있고, 다른 존재를 살림으로써 죽으리라" 따라서 전쟁은 만물에 공통된 것이고, 투쟁이 곧 정의이며, 투쟁을 통해 만물은 생성하고 소멸한다. 보라. 투쟁을 통해 어떤 존재는 신이 되고, 어떤 존재는 인간이 되고, 어떤 존재는 노예가 되고, 어떤 존재는 자유민이 되지 않는가 ?

영원한 생성, 끊임없는 운동은 항상 대립자들 사이에서 수행된다. 이러한 생각은 대립물의 종합으로 나아가는 헤겔 철학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알게 된다. 모든 투쟁 속에는 화해가 숨어있다는 것을.

 

(change 2010 9월호 원고)

 

 

출처 : 서강바른포럼
글쓴이 : 최병찬(73.사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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