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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 길이 있는가 中에서...◈ 하늘 물고기 ◈

나비도 길이 있는가 中에서...

◈ 하늘 물고기 ◈

불교의 윤회설을 믿어, 이 세상에 다시 한번 더 태어난다면 나는 물고기로 태어나고 싶다.은빛 비늘이 반짝이고 날렵한 꼬리와 칼날처럼 빳빳한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가 되고싶다. 한적한 시골 여울도 좋고 끝없이 깊고 어두운 심해도 좋으며 잔잔한 호수나 저수지도 좋다. 上 善 若 水상선약수.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이 물이라고 했는데 물과 숨쉬고 산다면 더이상 바랄게 있겠는가...

한여름 새벽 물안개가 피어올라, 유리 같은 수면에 아침 햇살을 받을 땐 나는 어족들과 비늘을 비비고 평화롭게 유영하며 아침을 노래하고 해질 무렵 낚시꾼이 던져놓은 먹이를 먹다 낚시꾼의 손아귀에서 비늘을 떨구며 퍼덕여도 좋으리. 착한 낚시꾼의 선심으로 방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부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니면, 낚시꾼의 살림망에 가두어져 도마 위에서 피를 흘리며 살이 베어져 생을 마치고 맛있게 요리되어 식탁에 오른다면, 내 생명은 결코 헛되지만은 않으리라.

찔레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하얗게 물위에 수를 놓을 때면 뭍가에 자리를 잡고 산란의 기쁨도 맛보고, 때론. 수원지를 찾아 상류의 깊은 골짜기까지 여행도 하며 누구도 훼절시키지 않은 참물도 맛보리라.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엔, 너울대는 녹색의 수초 그늘에서 명상이라도 하며 밤마다 물 속에 떠오르는 북두칠성에 사다리를 놓고 하늘 귀퉁이에 올라가 물고기좌坐가 되리라... 찔레꽃 이파리도 푸르른 수초도 모두 낙엽으로 퇴색되어, 바람에 떨어지고 회초리 같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도, 나는 계절을 탓하지 않으리라.
내은빛 비늘은 황금빛으로 더욱더 찬란하게 빛날 것이니.

한겨울에 난무하는 눈송이를 보고 누가 수천 수만 마리 의 흰나비 떼의 군무라고 했던가. 수만 수천 마리의 나비 떼가 춤을 추다가 수면에 떨어져 흔적까지도 지워버리는 겨울이 와도 좋으리. 그리고 차디찬 빙판으로 수면을 가두어 버리면 동안거의 결제에서 깊은 침묵을 배우리라.

겨울이 가고 따사로운 훈풍이 불어와 빙판을 녹여 얼음의 족쇄가 풀려 해제의 날이 돌아오고 노랑나비 흰나비가 진달래꽃을 희롱할 때 나는 물기 오른 등판을 물위로 올려놓고 욕망의 인간들은 유혹하리라.

 

http://leemokil.com/bbs/view.php?id=essay&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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