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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別離

別離(별리) / 한경동(♣)

 


1955년 (2 x 51 cm) / 김 환 기

 
別離(별리) -喪配한 선배를 대신하여 / 한 경 동 낡은 밀어를 읽어내기엔 내 눈 벌써 어둡고 하루 낮의 曝書(폭서)만으로는 혼자 헤아릴 수 없어 오늘은 묵혀 둔 시집속의 허무를 읽는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구름장을 밟으며 깨어질 듯 아프게 울고 가는 저녁부터 밤새껏 슬픔의 폭우는 좀체 멎지 않았으니 모진 비바람에 찢겨나간 나뭇가지와 이파리들 날마다 쓰러지고 밟혀 걸음 휘청거린다 심장이 멎으면 천지가 멎는 법 여윈 손마디 꺾으며 밤새 헤아리나니 우리가 나누었던 다정한 평생의 말 마디마디 허공을 헤매다 베개를 따라 누울 적에 이불깃을 잡고 그대 이름 밤새도록 불렀건만 북망산천은 물흐려 함부로 건널 수 없는 아득한 西域 (서역) 내 어리석게도 영도다리 난간에 기대어 천 길 물속을 들여다본 적 있었으나 눈가에 젖은 이슬만으로 함께 따라갈 수 없고 마침내 우리가 나란히 풀밭에 눕는 날 유정무정을 읽으며 별을 바라볼 수 있을지니 세상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그대여 삶과 죽음을 떠나 당신과 나는 한몸이다

♬비발디 4계 중 겨울 ♣수원

부산여고동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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