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연... 도종환 (☆)
사 연... 도종환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들에 피는 꽃들도,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도,
부딪히는 파도도,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도.
그렇게 말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한 평생을 살아도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사는 삶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은 듯 합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사연 하나씩 가지고 가듯.
내가 지나온 시간들속에
사연 하나씩 가슴에 품고 옵니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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