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인더스강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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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더스강 유역의 평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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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환 / 駐파키스탄 대사
잊을 만하면 변경지역에서 발생한 테러가 보도되니 우리 국민에게는 물론 해외에 비치는 파키스탄은 테러가 자주 일어나는 나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런 이미지로 인해 현지에서 시간과 발품을 팔아 우리 자동차를 몇 천 대 팔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도 한국 본사의 반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2013년 5월 집권한 나와즈 샤리프 총리 정부와 군부는 합심하여 테러 및 종파주의 근절을 위한 ‘대테러 국가행동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테러가 이웃 아프간 탈레반과 연계되어 있거나 무슬림 내 수니파와 시아파 종파 간 고질적 분쟁이어서 단기간에 종식될 것 같지는 않다.
테러 보도로 인해 우리는 파키스탄의 찬란했던 문화, 우리와의 오래된 유대와 큰 잠재력을 간과하기가 쉽다. 파키스탄 남방 신드주에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인더스문명을 대표하는 모헨조다로 도시 유적이 있다.
파키스탄과 우리나라와의 교류는 1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키스탄의 마라난타 스님이 4세기에 중국을 거쳐 영광 법성포에 도착하여 백제에 불교를 전했고 8세기에 혜초 스님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라는 다섯 나라 여행기록을 남겼는데 그중에 페샤와르, 길깃, 카슈미르 등 세 나라가 파키스탄 영토 내에 있다.
파키스탄은 1950년 북한의 남침 때 우리에게 30만 달러에 해당하는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했고, 우리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을 세울 때 당시 개발계획차관이 우리 전문가들에게 파키스탄 계획을 설명하면서 조언을 해 준 고마운 나라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연간 국민소득이 1513달러이고 양국 간 교역의 양은 12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를 상대로 한 우리의 무역이 2011년부터 1조 달러 이상이 된 것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파키스탄 정부와 국민은 대한민국이 단기간 내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주는 국가가 된 한국의 성공을 배우고 무역과 교류를 확대하고 싶어 한다.
파키스탄 주재 대사로 2년 남짓 근무 중인 필자는 파키스탄이 우리를 따라 한다면 ‘인더스강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판단은 우리 기업들이 파키스탄의 큰 잠재력을 보고 많이 진출하려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파키스탄 동북과 서북 지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봉이 있는 히말라야 산악지대이며, 남북으로 종단하고 있는 인더스강 유역 주변은 영국 식민지 시절 만든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는 드넓은 평원지대이다.
파키스탄은 육로로 서남아, 중앙아, 중국, 중동을 연결하는 통로이며 해양으로는 페르시아만 입구여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고, 인구가 1억9000만 명으로 세계 6위, 면적은 한반도 3.5배 크기이다. 석탄, 구리, 금, 철광석 등 풍부한 광물자원과 세계 상위권의 면화, 우유, 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영어와 컴퓨터에 능한 1억 명이 넘는 청장년층 노동력이 있다.
이러한 잠재력에 더하여 ‘비전 2025’를 추진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올해 국민총생산 성장률이 5.5%가 되어 신흥경제국가가 되고 있다는 유엔, 세계경제기구와 신용평가기관들의 긍정적 평가도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 27일 우리 대통령과 파키스탄 총리가 유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10월 2일 필자와 파키스탄 경제차관이 각기 정부를 대표하여 5억 달러 상당을 제공하는 ‘2015∼2017년 경제협력자금에 관한 기본약정’을 서명한 후 한국과 파키스탄 간의 관계는 최고조로 고양되어 있다.
필자는 위험한 절벽 길을 따라 우리 기업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가기도 하고 진출 기업이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운송 중인 화물이 커서 고속도로에 며칠째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테러 우려는 까맣게 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가곤 했다.
파키스탄이 우리의 새마을운동과 경제 발전 경험을 배워서 ‘인더스강 기적’을 이룩하고 또 국적기 취항과 우리 자동차의 파키스탄 진출 등으로 우리에게 큰 기회의 시장이 되는 꿈을 품고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비하여 방탄차를 타고 오늘도 정부 관계자와 우리 진출 기업인들을 만나러 간다.
◇ 송종환(71)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플레처 국제법·외교대학원 △한양대 정외과(박사)△청와대 정무비서실 외무부·통일원담당 행정관 △주유엔대표부 공사 △주미대사관 공사 △충북대·명지대 초빙교수 △주파키스탄 대사
게재 일자 : 2015년 11월 04일(水)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10401033730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