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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활의음악정원

적적한 오후에 너무나 매력적인 베르디를 친구 삼아...베르디 가면무도회...

보월산방도사님의.. 적적한 오후에 너무나 매력적인 베르디를 친구 삼아...베르디 가면무도회...





휴일 오후, 친구들은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고 집사람들 몰래 어여쁜 50대 후반의 여동생들과 골프 치러 갔다는데

나는 오후 내내 컴컴한 음악실에서 베르디의 옛 노래나 들었다.

한때는 내게도 낮술자리 등이 종종 있었건만 이젠 당최 나오라는 데가 없다.

다 내가 택한 일이지만 몹시 적적하다. 

동네 주부들과의 월2회 음악회와 이웃에서 하는 주2회 자그만 봉사활동 하나를 제외하면 완전 적막강산이다. 

이렇게 살다 떠난다 생각하니 좀 원통한 기분도 없지 않다.  

 

막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전곡이 끝났다. 

백작 부인과 밀애하다 백작에 의해 살해당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로,

초연 당시 당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줄거리를 문제 삼아 공연을 허가하지 않자

무대를 스웨덴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구스타프 3세를 보스턴 총독으로 바꿔 1859년 초연했다고 한다.

<!--[if !supportEmptyParas]-->책자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충 이런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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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총독 리카르도는 자신의 비서 레나토의 부인 아멜리아와 밀애 중인데

레나토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리카르도를 역도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리카르도는 울리카라는 흑인여자 점쟁이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으니 처벌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그 점쟁이가 점을 어떻게 치는지 궁금해 직접 점집에 가보는데

그 자리에 마침 아멜리아도 자신의 불륜을 정리할 방법을 구하느라 찾아온다.

점쟁이는 아멜리아에게 한밤중에 들판의 교수대 밑에서 자라는 풀을 뜯어 오라고 하고

풀을 뜯으러 간 아멜리아 앞에 리카르도가 나타나 둘은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데,

리카르도의 안전을 염려해 리카르도를 따라나섰던 레나토는

리카르도와 함께 있던 여자가 바로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분노한 레나토는 아내에게 자결을 강요하고 역도들의 리카르도 암살을 위한 계획에 가담한다.

리카르도는 아멜리아와의 사랑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레나토를 영국으로 전보시키려 하지만,

리카르도의 저택에서 열린 가면무도회에서 레나토의 칼에 쓰러지고 만다.

리카르도는 아멜리아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결백하며(몸을 섞지는 않았으며),

이번 역모에 관계된 사람들을 용서한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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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여러 오페라에서 발견되는 재미있는 점들 중의 하나는,

남녀 간의 만남에서 성교 자체를 대단히 특별하게 다룬다는 사실이다.

<가면무도회>에서 리카르도가 죽으면서 레나토에게 당신 부인과 연애는 했지만 섹스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든가, <일 트로바토레>에서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살리기 위해 루나 백작에게 몸을 바치겠다고 하자

백작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만리코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한다든가,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가 카바라도씨를 살려주는 대가로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든가,

<라 지오콘다>에서 바르나바가 엔쪼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지오콘다와의 잠자리를 요구한다든가,

결정적인 순간에 여자의 몸이 핵무기처럼 등장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남녀가 한밤중에 들판에서 뜨겁게 입맞춤 하고, 함께 모텔에 들었어도

교접만 하지 않았으면 결백하다는 식의 발상이 재미있어 해보는 소리다.

짝짓기 철에 지구 곳곳에서 동물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차지하려

동성 간에 목숨을 걸고 치고 박는 장면을 생각하매,

인간도 동물인 이상 좋아하는 상대방의 몸을 탐하는 이상의 쾌락이 어디에 있으랴...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섹스리스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니 하니

그 무엇에 대해서든 한마디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게 인간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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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서든 현실에서든 남들은 늙은 마누라 모르게 다른 아줌마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것 같은데

내게는 당최 얼씬대는 이가 없다. 

몇 년이나 봉사활동을 나가도 개인적으로 밥 한번 먹자는 할매가 없다. 

낮막걸리 좋아한다고 그렇게 흘렸는데도...  

내가 식사하러 가끔 가는 청국장집 아줌마가 요즘 부쩍 다정한 눈빛으로 인사는 하더라만...     <!--[endif]--> 




1. 베르디 : 오페라 가면무도회 중 <내가 죽기 전에 먼저>. 마리아 칼라스의 음성으로...

자결을 강요하는 남편 레나토 앞에서 모든 것을 체념한 아멜리아가 죽기 전에 자식을 보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2. 베르디 : 오페라 가면무도회 중 <너야말로 영혼을 더럽히는 자>.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의 음성으로...

서재에 홀로 남은 레나토가 벽에 걸린 총독의 초상화를 노려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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