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크랩

2020/04/12 부활절맞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온라인 콘서트 (Andrea Bocelli, Music for Hope)


2020/04/12 부활절맞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온라인 콘서트 (Andrea Bocelli, Music for Hope)


숭례문학당 #365일 #매일글쓰기습관 #3기

[104일][04월13일]

부활절맞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온라인 콘서트 (Andrea Bocelli, Music for Hope)

딱 21년 전 이 무렵이었나 보다. 캐나다의 빅토리아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였다. 영어로 된 노래 가사를 설명하는 숙제가 있었다. 일본 친구 유미의 송별회를 준비하려고 친구들과 모였다. 음식을 만들고 집안을 꾸미는데 누군가 배경음악으로 안드레아 보첼리의 시디를 틀어놨다. 어학연수생 친구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국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그가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 (Time to say Good bye)라는 노래가 특히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 곡으로 발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표 바로 전 날 과제를 하려고 시디를 들었다. 아뿔싸! 가사는 다 이탈리아 말이었고, 딱 한 한 소절 '타임 투 세이 굿바이 (Time to say Good bye)'만 영어였다. 학교 앞 지하방에 세 들어 살았기 때문에 다른 음악을 선곡하러 도서관에 가거나 다른 시디를 사려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어야 했는데, 저녁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발표 차례를 바꿔야 했다. 그렇게 나는 안드레아 보첼리를 알게 되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이탈리아의 성악가로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는 내게 황당한 경험을 안겨준 그 앨범으로 1990년대 후반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신혼 시절 우연히 선물 받게 된 뮤직비디오 DVD를 보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내 영혼을 울렸다. 투스카니를 배경으로 한 음반의 영상에 빠진 나는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는 내 나이 오십이 되면 혼자 이탈리아 남부에서 일년살이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몇 해 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그의 콘서트가 열렸을 때 버킷 리스트를 하나 지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음향시설은 엉망이었고, 관중들에게 농담을 하며 부드럽게 진행하던 다른 콘서트와 달리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는 모습에 실망을 했다. 내겐 정말 거금을 들여서 간 콘서트라 더 그랬나 보다.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는 코로나19의 피해가 아주 크다. 밀라노시와 두오모 성당에서는 그를 초청해 자선 공연을 부탁했다. 2020년 4월 12일 부활절을 맞아 그는 함께 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며 무관중 콘서트 열었고, 이를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방송했다.

북미 동부시간 1시부터 공연이어 산악 시간대에 살고 있는 나는 11시에 접속을 했어야는 데, 시차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공연이 끝난 뒤에 들어갔다. 같은 노래를 계속 들려주기에 아직 리허설을 하는 모양인데, 코로나19가 한참 유행 중이건만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사회적 거리를 안 두고 저리 붙어 앉아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

알고 보니 그는 파이프 오르간 반주자와 함께 둘이서 30분간 자선 공연을 한 것이었다. (Music for Hope : Live From Duomo di Milano) 텅 빈 두오모 성당에서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아베 마리아(Ave Mria)’, ‘산타 마리아(Sancta Maria)’,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불렀다.

마지막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를 때 텅 빈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광장

두오모 성당

영국의 런던 트라팔가 광장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를 비추었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같이 스산한 모습이 슬펐다.

온라인으로 콘서트를 보며 철릭 원피스를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 앞치마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밤새 눈이 온 길을 조금 걸었다. 학교, 공공시설이 문을 닫은지 한 달이 되었고, 필수 사업 군 외에 모든 사업장이 문을 닫은지 두 주가 되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통행증 없이 외출이 금지되거나, 미국의 일부 도시처럼 저녁에 통행금지가 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는 국경이 막혔다는 것이 심리적인 압박으로 느껴진다. 그나마 산책을 나갈 수 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미국 사는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휴지를 마트에서 못 사는 곳도 있다는데, 지난주에 휴지를 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https://youtu.be/huTUOek4L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