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owing In Mud/ 土浴
아, 시원하다! 소리치며 정신이 나던 목물! 이렇게 무더운 날이면 예전 시골에선 우물 가에서 찬물로 등목 하던 게 최고였다. 세상에는 가지가지 목욕(沐浴) 법이 있으니 백인들이 못 견디게 좋아하는 일광욕(sunbath), 사우나 욕(sauna bath), 한국인들이 특별히 즐기는 불 가마 한증 욕(汗蒸浴), 솔 숲의 산림 욕(山林浴) 등. 그런데, 새들도 흙 속에서 날개를 펼치면서 토욕(土浴)하는 걸 본다. 돼지는 진흙탕에서 뒹굴고 온통 진흙을 뒤집어쓰면서 즐긴다. 그것이 흙으로 목욕하는 토욕(wallowing in mud)이다. 돼지가 그렇게 토욕을 하기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더러운 것을 좋아해서 인가? 아니다. 돼지도 실상은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돼지의 토욕은 선천적으로 느끼는 자구책(自求策)이다. 갇힌 우리에서 야 어쩔 수 없지만 야생의 멧돼지나 자연으로 방목하는 돼지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므로 더위를 이기고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서 피부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진흙에서 뒹굴어 온몸에 흙을 발라 서서히 마르면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는 선 스크린(Sun screen)의 효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비계가 두터워 땀샘이 발달하지 못한 채 더운 여름에 돼지들이 몸을 보호하고 식히는 방법이지 더러움을 좋아해서 가 아니라는 것. 새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 역시 땅의 시원함을 느끼며 더위를 식히기도 하지만 여름에 극성을 부리는 해충 때문에 깃털 속에서 피부를 괴롭히는 해충을 털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토욕은 사람도 좋아하니 우리가 시골에서 자라던 옛날 여름에 강가나 웅덩이 주변에서 모래 속에 몸을 파묻거나 진흙탕 속에서 눈만 내놓고 장난질을 했던 일도 있었다. 새와 짐승들만이 토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즐긴다. 흙에서 와서 흙과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본성이 그 속에 있어서 가 아닐까? 모래 찜질이나 진흙 치유가 뭔지도 몰랐던 우리의 어린 시절은 그저 재미가 넘쳤을 뿐이었다. 절로 좋았고, 절로 즐거웠으니까. 저절로 흙 속이 푸근하고 편안했던 기분이 아니었던 가?
거기는 흥과 재미도 질펀하였지만, 실제로 토욕이 소위 '진흙 목욕(Mud Baths),' '진흙 요법(the mud therapy)'이라면서 현대사회에선 고급 스파(Spa) 같은 데서 비싸게 그렇게 미용과 치유 법으로 이용한다. 물론 그것은 피부의 해로운 독소를 빼고[detoxifying] 기름기가 많은 피부를 깨끗케 하면서 흙 속의 여러 가지 무기물(minerals)로 피부를 이롭게 한다는 이치이다. 더운 날 바닷가에서 모래 찜질을 하는가 하면 특별한 관광지에서는 특수 미네랄 성분의 온천이나 진흙탕으로 가서 특별한 토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충남 보령의 머드 축제가 있는가 하면, 터키의 마르마리스(Marmaris, Turkey), 죽기 전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에메랄드 바다와 우유 같은 진흙인 태평양 팔라우 섬의 밀키 웨이(The Milky Way, Palau), 뉴질랜드 지옥의 문(Hell's Gate, New Zealand) 등의 온갖 자연적인 토욕 관광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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