腐草化螢/ 반딧불이
개똥벌레는 짚이 썩은 속에서 나왔는가? 부초화형(腐草化螢)이란 말은 그렇다. 예기(禮記 月令)에 음력 6월인 계하(季夏)의 현상을 언급한다, “귀뚜라미 벽으로 들어가고(蟋蟀居壁), 매의 새끼 날개 짓 익히며(鷹乃學習), 썩은 풀이 변하여 반딧불이 된다(腐草爲螢).” 썩은 풀이 개똥벌레 된다는 것은 음(陰)이 극에 달하면 양이 생기고, 물체가 극에 달하면 변화가 생긴다는 원리에 따른 것이니 누추한 풀이 썩으면 반딧불이로 밝아진다는 말이다.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개똥벌레로 변하여 여름 달에 밝게 빛난다(腐草無光化爲螢 而耀采於夏月).” 개똥벌레는 예전에 흔하고 천한 것을 뜻하는 표현에서 여름 밤이면 하도 많아서 그런 이름일 것이라고 여기며, 풀이 썩은 데서 혹 그런 더러운 데서 나왔다고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반딧불이다. 그 많던 개똥벌레가 생태계의 변화로 이제는 흔치 않은 반딧불이가 되었다니 형설지공(螢雪之功)이 필요치 않는 밝은 세상, 좋은 세상이지만 반딧불이 옛 추억은 그립다.
음력 6월은, 대개 양력 7, 8월 사이의 한여름으로 음력 4, 5, 6월 여름 석 달 중 마지막으로 찌는 여름이 된다. 무더운 시골에 해 그름이 시작할 때면 잠자리 마구 날아다니고, 어두워지면 개똥벌레 반짝거렸다. 신비하리 만치 어두운 밤에도 빛을 흘리며 날아다니기에, 어려선 우리가 뛰어다니면서 잡았고, 여러 마리 잡으면 손바닥에서도 꼬리에 빛이 났는데 냄새는 좋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래도 우리는 신기해서 많이 잡아 유리병에 넣고 얼마나 밝은가 보았지, 글씨를 읽을 만큼 밝게 하지는 못했던 것 같으니. 아마도 예전에는 큰 글씨로 쓴 글자여서 반딧불이에 비춰 밤에도 읽을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반딧불이라고 하면 우리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을 먼저 떠올리니, 우리 세대만 해도 옛날 그 고사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진(晉)나라 때 차윤(車胤)이 여름밤에 반딧불이 빛으로 독서를 했다는 고사(故事)와 손강(孫康)이 겨울 눈 위에 비추어 책을 읽었다는 교훈의 얘기다. 차윤을 무자(武子)라고도 했으니 그의 자(字)인데 너무 가난해서 등불 켤 기름을 살 돈이 없어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잡아다가 그 빛에 책을 읽었지만 그런 노력으로 마침내 이부상서(吏部尙書)에까지 올랐다. 손강도 고난을 뚫고 노력하여 어사대부(御史大夫)의 벼슬을 했다고 한다. 형설지공을 낭형영설(囊螢映雪)이라고도 하니 반딧불이를 듬성듬성한 베로 만든 주머니에 잡아 넣어서 거기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책을 읽었다는 말이고, 겨울밤에 온 사방이 눈으로 덮이면 책을 들고 밖에 나가서 눈에 반사되는 밝음으로 독서했다는 뜻이다. 그렇게라도 옛 사람들이 출세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했고, 그렇게라도 남아(男兒)는 다섯 수레의 책(五車書)를 읽으려고 했던 것이다. 에어 컨디션 속에서 무한대의 밝은 전깃불인데, 덥다고 어찌 우리가 책을 읽지 아니 할까, 반딧불이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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