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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Triffin's Dilemma / 기축 통화의 난제

Triffin's Dilemma/ 기축 통화의 난제

벨기에 사람으로 미국 예일대 교수, 버클리 대학의 석좌 교수이기도 했던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 1911-1993)이 1960년에 펴낸 ‘금과 달러 위기, 교환성의 미래(Gold and the Dollar Crisis, The Future of Convertibility)’ 에서 제시한 이론으로 기축 통화의 난제, 곧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을 뜻하는 개념이 되었으니 트리핀이 주장한 이론이라 하여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하게 되었다. 2021년 11월 우리나라 대학 수능 시험에서도 등장했다는 이 트리핀 딜레마 이슈는 거기서 지금 온 세상의 새로운 현상인 메타버스 이해의 응용도와 함께 세계적 경제 상식인 것 같다. 세계화 시대에 특히 경제 사회의 국제적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면 지도자나 사회 전반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복잡하면서도 근본적인 세계 질서와 그 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축 통화(基軸通貨)란 핵심 통화(key currency), 세계 통화(world currency), 세계의 기본적인 돈(main money)이라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그 가치가 통용되며 그것을 많이 보유하고 활용하는 화폐이니, 지금의 미국 달러이다. 어떻게 세계는 이 달러[$]를 기축 통화로 삼았는가? 1944년 미국의 브렛턴 우즈(Bretton Woods, NH) 협약에서 기존의 금 대신에 미국 달러화를 국제 결재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1온스 당 35불을 고정하여 환전하고 각국 화폐는 달러와 조정 교환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인간이 만든 경제 구조는 완벽하지 못하니, 세계적인 기축 통화로서 달러는 이 대외 거래를 위해 끊임없이 공급되어져야 한다. 결국 그로서 미국은 적자를 무릅쓰고 달러를 공급하므로 적자가 발생하고, 달러의 과잉 공급으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그 가치의 신뢰도 약화 하지 않겠는가. 미국이 달러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경상수지의 흑자를 시도하게 되면 달러를 줄여서 유동성이 위축되니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계속 무역수지의 적자와 경상수지의 적자를 유지해야 하고, 기축 통화국의 이 양난(兩難/ dilemma)에 처하는 약점 때문에 트리핀 교수는 1960년대에 이 개념을 탄생 시킨 것이다.

중국이 많이 보유했던 미국 국채를 근년에 대량 매각한 것도 이 트리핀 딜레마를 이용하여 미국 경제를 좀 흔들어볼 심산 이었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다. 한꺼번에 내다 팔면 세계 금융 시장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미국 국채의 가치가 내려가고 미국 달러가 한꺼번에 지불되어야 하므로 거기에 따른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리 호락호락 미국의 시장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던 것도 이 트피핀 딜레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옳게 판단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70년이 넘도록 기축 통화를 견지해온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은 그 절반의 세월 동안 미국의 자유 시장 경제의 개방 정책에 힘입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로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성취하여서 미국 다음으로 지금 제 2경제 대국이 되었고, 이제 곧 미국을 압도하고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되겠다고 중국의 굴기(崛起)를 획책 하고 나서고 있지 않는가. 그 일환으로 중국의 인민폐(人民幣)를 세계의 기축 통화로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품게 된 것이다. 암호 화폐로 바꾸어서 전 세계가 무역이나 상 거래에 중국 돈으로 결재 하도록 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무엇보다 미국처럼 경상수지의 적자를 계속 감수하면서 이 트리핀 난제를 떠맡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중국에서 성공한 롯데 백화점 체인을 사드 문제를 트집 잡아 문 닫게 만들면서 자기들의 이익에는 사사건건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거대한 경상수지 흑자의 중국이 과연 트리핀 딜레마를 떠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