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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일회성 '금강산 상봉쇼'에 지원금 내라니

(저의 친형이 쓴 내용이라 여기에 옮겨 놓아 봅니다.)

 

지난 주말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있은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한 측은 "우리 호의로 추석 상봉행사를 개최했는데 추가 상봉행사를 하려면 남측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 측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였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이산가족 상봉이나 고위급회담 등과 맞물려 쌀 30만~40만t이나 비료 20만~30만t을 북한 측에 제공한 것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생각을 하여야 한다.

북한 측이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우리 측의 경계태세 강화를 구실로 2002년 4월부터 서울·평양 동시 교환 방문을 금강산으로 장소를 옮길 것을 고집하여 진행되고 있는 대면상봉은 이산가족의 입장에서는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의 이면에는 당시 남북한 당국이 TV 방송을 하면서 벌이는 일회성 이벤트 행사로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허상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2000년 6월 '6·15 선언' 발표 이후 이산가족상봉 신청자가 12만5000여명이었으나, 8년여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5만여명이 타계하여 남아 있는 신청자는 7만5000여명이다. 우리 측이 대북 지원을 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선심을 써야만 이루어지는 일회성 이벤트 상봉 행사로는 몇백 년이 지나도 모든 신청자가 상봉을 할 수 없다.

이번 적십자 접촉을 계기로 정부는 11월 중 서울·평양 이산가족 상봉과 내년 설 금강산 상봉행사와 같은 이벤트 행사보다 근본적 해결 방법을 북한 측에 제의하여야 한다.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방법으로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심인본부(尋人本部)가 개발하여 각국 적십자사에 권고하는 방식, 즉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①생사와 주소 확인 및 통보, ②서신교환, ③상봉과 왕래, ④희망자의 경우 원하는 쪽으로 재결합이 있다. 이 방식은 1970년대 초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대체로 의제로 합의하였지만, 실제 이행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한 측이 국가보안법 철폐 등 환경 개선을 내세워 이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산가족을 설득하고 국제여론에 호소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심인사업방식에 의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로 방향을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한 적십자사가 각기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산가족의 생사와 주소를 확인하고 통보부터 하여야 할 것이다. 그후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추진하는 과정에 시범적으로 연로한 이산가족부터 고향을 찾아 흩어진 가족, 친척을 만나고 조상이 묻힌 산소를 둘러보고 서신교환을 하고 상봉을 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통일 전 동서독처럼 우리 측에 사는 이산가족들이 추석, 설 등 여러 계기에 북한의 이산가족을 만날 때 소포로 지원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남북한 간 화해 분위기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북한 측이 일회성 상봉행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구차스럽게 보인다. 지난날 우리 측의 투명성 없는 쌀 지원은 결국 '북한체제 유지 및 강화 후원금'이 되었다. 북한이 한국과의 상생·공영을 바라거나 핵폐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데도 이산가족 상봉을 미끼로 상응하는 인도적 지원조치를 검토하는 것도 과거 정부정책의 연속에 불과하다.

부디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해결문제, 그것도 일회성 이벤트 행사와 우리가 천재지변과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북한 동포에게 조건 없이 해야 하는 인도적 지원을 구별하여 추진해 줄 것을 촉구한다.

 

宋鐘奐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정치학박사
    서울대외교학과 졸
    前 주미공사
    


조선일보 시론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