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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어느 후배의 산행 후기...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른 하늘엔 몇조각의 구름만 떠가고

 

아래서 올려다 본 소리산은 자그마하지만 엄청난 포스를 내뿜는다.

 

이제 활력을 담기 위한 산행만을 떠올리며 깊게 심호흡을 한다.

 

겨우 이십분 남짓 산을 탔는데 가슴이 아플 정도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현기증과 함께 땀이 범벅이다.

 

나이가 들수록 -선배님들껜 죄스럽지만- 근력이 떨어져 이젠 연철같

다.

 

그동안 게을러서 등한시 한 건강을 위해 다시 운동을 하리라...

 

사력을 다해 정상에 오르니 밑에 보이는 세상은 보잘 것 없이 작기만

하고 제한적인 공간인데, 그 속에서 온갖 욕심에 젖은 채 아둥바둥 살아온 행태

 

또한 초라하기만 하다.

 

 

넓은 바다를 찾는 이유는 가슴 속에 쌓인 찌꺼기를 한점 남기지 않고

 

떨어내기 위함이라면 높은 산을 찾는 이유는 가슴 속에 텅 빈 공허함

채우기 위함이라는 성현의 말씀처럼 자연에 묻혀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소리산 정상은 좁아서 뒤에 오시는 분을 위하여 40회 박XX 선배님이

찍어주시는 사진 한장 박고 바로 하산을 한다.

 

아이젠을 착용했음에도 경사가 급하고 눈이 많아 전진하기가 힘이 든다.

 

디디는 한길 발걸음마다 주의를 집중해도 엉덩방아와 미끄럼을 탄다.

 

긴장으로 인해 식었던 몸에서 다시 땀이 나기 시작하며 이마를 따라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하산하여 도로변에 앉아 아이젠을 벗고 상쾌한 바람에 땀을 씻는다.

 

집결지 도착 전에 잠시 쉬었다 가려고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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