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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가방끈

긴 가방끈보다 빈 항아리

 

 

한국의 교육제도와 서양의 교육제도를 보면 국가나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한 듯 하다. 유치원 과정이 1년이 있는 주도 있고 2년이 있는 주도 있다. 초등학교 과정은 5년이 보통이고, 중등이 3,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이 4년으로, 유치원을 제외하여 모두가 12년의 의무 교육 제도이다. 그런데 실면 교육내용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교육은 학식이 아닌 지식을 넓히는 곳으로 보인다. 아니, 과거의 서당만해도 그러한 곳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입시를 준비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하다. 학문 성적만을 가름짓고 타고난 재능이나 식견은 그렇게 중요시 되지 않는다. 반면에 이곳은 학식은 물론, 상식도 배우고 지식도 쌓게 하여 지혜로움을 쌓아가는 교육 방식을 취하고 있다. 폭넓은 학식을 갖출 수 없지만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로움을 더 많이 배우고 나오는 모습이다. 결국은 한국 교육과 여기 교육의 차이는 숙지 교육과 지혜 교육의 차이라 할 수가 있다.

 

교육 방식 또한 암기하는 방법을 가르켜 주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과 사회 생활 하는 방식을 함께 가르쳐 주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한 학생 한 학생 모두의 인격을 존중하고 모든 학생이 학교내에서, 자라나서 사회에서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음을 교육을 시키고 실행으로 보여준다. 한번은 우리 딸애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하였을 때, 신체적인 불편함과 가벼운 Autism 증상을 보여주는 학생이 나에게 다가와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였다. ? 여기에 왔는가? - 딸애를 데리러 왔다. - 누구인가? ? 데리러 왔는가? 등등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하였지만 일일이 답변을 하여 주었다. 그 아이 옆에는 항상 담당 직원이 한 두명이 붙어서 도와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장애자 학교에 갈 정도로 나쁜 상태는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과 정상 수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한다. 정상수업에 참석하였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교실 밖으로 나오는데 나오는 순간 부터는 대기중인 보조 교직원이 관찰하며 보살피고 있었는데 이 학생의 안전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친절히 보살펴 주는 광경을 접할때 마다 신체 장애자까지 정신 장애자처럼 취급을 하여 버리는 한국 학교 생활과 비교하게 되어 한편 부끄러운 점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친절히 답변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여기 학교는 암기하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을 뒤로하고 배움을 놓는자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서는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그렇게 까다롭지 않는 대학입학을 위한 성적만 나올 정도이면 개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예체능 생활을 하며 자기 재능을 개발하는데 치중을 하고 전문적인 공부는 대학부터라는 것이 상식이고 학식이 풍부하면 풍부할 수록 배움을 지속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적는 것은 최근 여기에 한국인의 이민자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인들과의 접촉이 많아졌는데, 간혹 가방끈 길이가 언급이 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제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를 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26년간의 외국생활 중 처음 듣는 단어이어서 무슨 말인가? - 학식을 길이로 척도하고 지혜를 저울로 달 수가 있는가?”하고 의아해 하였다.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를 알고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혜가 가득함은 지금 당장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여 나타나는 능력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 너에게 만족할 수 있게 끔 지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칭하는 것이다.

 

그렇다. 겉이 화려한 도자기에 무리하게 많은 것을 가득 채워놓고, 더 이상 배움을 노력하지 않으면서 꽉찬 화려한 도자기임를 자랑하는 모습보다 조금씩 알찬 내용을 채우면서 항상 노력하고 공부할려는 여기의 빈 항아리의 모습이 더 보기 좋다. 비싼 도자기 화병보다 투박하지만 운치와 여유가 가득찬 항아리가 더욱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