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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예의와 인간관계

아이들이 진료실에 들어올 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진료의자에 앉아 협조가 잘 되지 않으면, "얘야. 인사를 해야지" 혹은 "얘야, 여기서는 너 맘대로 하는데가 아니야"하며서 꼭 하는 말이 있다.
"너가 이러면 아저씨는 너의 부모의 가정교육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단다."

그런 주의를 받은 아이들의 부모는 다음에 왔을 때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에 꼭 아이에게 "원장님께 인사를 해!"라거나 "원장님 말씀을 잘 들어!"라며 주의를 준다.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방식, 심지어 사고방식까지도 부모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사회에 어느 정도로 헌신적이고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어느 선까지 예의를 갖춰야 하고 얼마만큼 정직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부모의 모습에 비춰 결정한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의 인생과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동물들처럼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서 부모의 행동을 그냥 수동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자신의 의식 속에 기억시켜 필요할 경우 모방된 행동으로 옮기면서 사회에 적응하게 된다. 모방의 가장 첫 기준이 되는 사람이 부모이며, 부모의 솔선수범하는 모범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평생을 무의식 속에서 우리의 언행을 통제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의 만족감이나 어떤 일에 대한 동기부여의 열쇠는 상대가 나를 대하는데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예의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 리더가 되었을 때 조직원들에게 예의를 갖춰 조직원들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그 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미래는? 그런 리더 아래 내 자식이 근무하고 있다면? '서로 상대를 인격체로 대해주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신체가 아니라 상대의 영혼과 정신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도 자기와 같은 정서와 감정을 가진 인격체이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감정과 정서를 집에 두고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조직의 에너지 동력을 적절히 가동시킬 수 있다.

우리는 평소에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대접을 받고 싶어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말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예의나 예절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자신의 인상을 좋게 남겨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외국사람들이 자주 쓰는 'Excuse me'와 'Thank you', 또는 'I am sorry'와 'Please'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어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이런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웃어주는 외국인들과는 달리, 우리 대부분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너무 어색하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굳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전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제법 큰 실례를 하고도 아무 말없이 그냥 지나가 버리거나, 고마워할법도 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감사표시 없이 있으면 오해하시가 십상이며, 비록 상하관계에서도 그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부모들로부터 그런 모범을 보고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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