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인의글

부모가 가르쳐주어야 할 것들...

평소에 나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달리기를 통한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자주 권하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러면 거의 반 정도에서는 필요성은 알지만 게을러 못한다거나 나이들어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럴 때는 웃으며 "일년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 계획은 아침에 달려 있다. 젊어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 한 일이 없게 된다."는 공자의 말을 전해주며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 보길 권한다.

아무리 재능있는 사람이라도 젊어서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 자식을 훌륭하게 제대로 키울 수 없으며, 어른이 되어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늙음 자체가 왜소하고 초라해진다. 이제 너무 늦었다고 생각이 들 때라도 사실 인생살이에서 무언가 배우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우리는 자식들에게 부모로서 어떤 솔선수범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 한번씩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한다. 자식들이 사회에서 해야할 바람직한 일들을 부모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올해 계획한 일을 내년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곧이어 가을이 겨울로 계절이 저 혼자 변하며 흘러가듯 시간은 나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세월의 중요성과 그 시간을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이든 때가 있기 마련이고, 이성적 사고를 통해 그 적절한 때를 볼 수 있어야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적시에 할 수 있다. 남을 대할 때는 부드럽고, 자신을 대할 때는 냉정해서 항상 남을 탓하기에 앞서 항상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는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다.

제 때에 적절한 삶의 모습을 부모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타인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잣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세월이 지날수록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력을 가지는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도시의 계획된 길이 아니라 산이나 들, 혹은 강이나 바다를 따라 나있는 자연길들은 어느 것도 저절로 생기거나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먼저 길을 내고 다음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오래 다님으로써 길은 길게 이어진다. 길은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통로이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하는 귀중한 풍경인 것처럼 자식으로 이어지는 부모의 역할이 바로 길과 같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공 속에 추억이 있고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한 번의 눈깜박임으로는 오래 볼 수는 없지만 멀리 이어진 길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전해야 하는 부모로서의 역사를 느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서서 바라보았던 미래를 내가 떠난 후에는 자식들이 여전히 서서 바라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식들과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세월은 그렇게 길처럼 이 가을에도 나의 솔선수범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흘러 간다. 우리의 현재의 삶은 과거와 미래, 앞과 뒤의 전환점의 순간들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이 모순이라고 투털거리면서도 신비스러워하며 자신의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