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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나의 꿈,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꿈은 왜 필요할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의지와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달리기를 통해 사회의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그런 흐름을 통해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사회적 재단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지난 경제 파국의 시기에 사회에 안착하지 못한 소아암에 걸린 어린 자식이 있는 젊은 부모들이 실직하면서 자식의 치료에 매달리다 결국에는 가정이 깨어지는 것을 보고 크게 느낀 바가 있다.

젊음은 용기와 패기가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충분히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소아암 어린이가 회복하더라도 돌아가 활발하게 정상적으로 자랄 행복하고 든든한 버팀목인 가정이 유지되는 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통해 소아암 환우들을 지원하는 기부성 마라톤 대회를 기획하게 되었고, 2002년 어린이 날에 첫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우리 달리는 의사들이 기부성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나서야 국내 유수의 대회들에서도 일부지만 기부성 이벤트들이 만들어졌다.

요즘은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는 매년 5월 첫 일요일에 개최하면서, 몇 개 대학병원 사회사업팀에서 추천받은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환우들 5~8명에게 치료비를 대회 현장에서 전달하고 있다. 현재까지 7회 동안 약 1억 5천여만원을 지원했다.

처음 2~3년은 어려움도 많았고 3~4년 전부터 겨우 적자를 면한 상태로, 아직도 근근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소규모 대회지만, 점점더 큰 규모의 대회로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해마다 나의 가장 큰 꿈은 소아암 대회에 많은 주자와 가족들이 참가하여 몸이 아픈 어린이들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아픈 젊은 부모들에게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킬 힘과 용기를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대회의 취지가 정말 좋은데, 왜 참가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안타깝고 섭섭했지만, 참가여부의 문제는 대회 취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나의 생각과 행동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장애나 문제에 봉착하면 '나에게 왜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런데 "왜?"에 집중하면 할수록 지나간 과거의 문제에 대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게 되고, 나의 역할을 변명하고 정당화시킴으로써 본질 해결을 위한 정신 에너지만 고갈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 야기된 원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지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적인 해결책이다. "왜 그럴까?"보다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가 중요하다. "왜 안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 될까?"에서 해결책이 나온다는 말이다. 문제 자체보다 해결책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과거의 관행이나 피동적인 사고방식과 행동도 당연히 해결해야 하지만, 미래의 꿈인 소아암 대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앞으로 변화해야할 과제들의 목록을 만들고, 그에 따라 변화하면서 하나 하나 조금씩 조금씩 문제의 원인들이 해소되고 발전하고 있다.

나의 거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와 연결되어 있다. 생각, 말, 새로운 아이디어, 음식, 운동, 나에 대한 믿음과 같은 모든 것이 소아암 대회라는 뇌 속의 필터를 통과하여 조정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음을 겪고 있는 소아암 환우와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작은 관심이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젊은 부모들의 희망을 지켜주어 극한적 어려움이 있지만 가정이 깨어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가정이 깨어지면 어린 환우가 회복되더라도 정상적인 성장 환경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우리의 조그만 지원과 지지가 일정기간의 투병기간을 거쳐 95% 이상 회복되는 소아암을 앓은 아이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 아래 정상적이고 행복한 사회인으로 자라 나중에 기부의 선순환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이기적인 핵가족 문화의 단점이 상당부분 해소하여 사회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2011년 5월 1일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 마라톤 대회(http://www.marathon4cancerkids.com)에 여러분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