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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집이 떠나갔다

집이 떠나갔다

 

정우영

 

집이 떠나갔다

아버지 가신 지 딱 삼 년 만이다.

아버지 사십구재 지내고 나자,

문득 서까래가 흔들리더니

멀쩡하던 집이 스르르 주저앉았다.

자리보전하고 누워 끙끙 앓기 삼 년,

기어이 훌훌 몸을 털고 말았다.

나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렇듯 날씨 매운 날 가시는가,

손끝 발끝이 시려왔을 뿐이다.

실은 그날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숨소리 끊기자 모두 다 빛을 잃었다.

아버지 손때 묻은 재떨이와 붓, 벼루가

삭기 시작했고 문고리까지 맥을 놓았다.

하여 사람들은 집이 떠나감을

한 세계가 지는 것이라 하는가.

두 손 모두어 경배하고

나이 마흔넷에 나는 집을 떠난다.

 

정우영 시집" 집이 떠나갔다"[창비]에서

http://cafe.daum.net/ssjmuan/4y9k/1234?docid=t6tT|4y9k|1234|20091119102358&q=%C1%A4%BF%EC%BF%B5%2C%20%A1%B8%C1%FD%C0%CC%20%B6%B0%B3%AA%B0%AC%B4%D9%A1%B9&srchid=CCBt6tT|4y9k|1234|2009111910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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