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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임진년도 이제 엿새 (밖에....)

세월 참 빨리도 간다.
그래서 소리없이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 간다고 流水 같다고 했나보다.
 
절기 기운따라서 그렇게 매섭게 몰아치던 혹한도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고
어느새 봄기운이 우리 머리 위로 살폿이 내려 앉는다.
 
다음주 월요일이 2월4일 입춘절이라서
문득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본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매듭짓지 못한 일들도 있었고
 
똑 부러지게 매듭짓지 못하고 말없이 어물쩡 그렇게 흐지부지 잊혀진 일들도 있었고
계획만 있었고 실천이 없었던 일들도 있었고
 
보람차고 유쾌했었던 일들도 많았고
새로운 인연으로 새롭게 시작한 일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좋은 것 만났던 일들도 많았고
 
인간의 욕심과 탐욕도 실감하면서 보았고
인간의 희망도 실감하면서 보았고
인간의 변절도 실감하면서 보았고
절기기운 따라서 왔던 길로 소리없이 돌아가(復)는 수 많은 인간들도 실감하면서 보았고
十二運星따라서 生老病死를 輪廻하면서 돌고 돌아가는 생명있는 것들의 피할 수 없는 굴레도 보았고
자연이 주는 선물도 많이 받아 보았고
인간의 오욕칠정도 느끼고 체감하면서 보았던
참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體感하고 實感하였던 한 해였다.
 
아주 어릴적에 서당에서 동몽선습과 천자문, 대학 소학을 배울 때는 입으로만 외웠지 체득하지 못했고
중학교 때 도서관의 책들을 모두 다 읽으면서 마지막으로 10cm 두께의 섹스피어전집을 읽었는데 머리로만 알았지
실상은 무슨말인지 이해를 못했고
고등학교 때 우리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모든 책들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세상이 마치 내것같아서
세상의 모든 이치와 밤하늘의 별들을 다 알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실제 알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듯 하고
어릴적 읽었던 불경 중에서 고다마 싯달타가 생로병사를 알고자 왕궁을 뛰어나가 고행의 길로 들었을 때
그가 느꼈던 생로병사를 모두 다 알았다고 자부했는데
지금보니 머리로만 알았지 몸으로는 알지 못햇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生死가 하나(生死一如)라는 불경의 가르침을 충실히 깨달았던 탓에
부모님들이 돌아 가셨을 때 담담하면서도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금년에 여기저기서 절기기운 따라서 돌아 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제서야 진정으로 오고 감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불가에서 生死一如라고 했기에 그 당시에는 잘 알지도 못한체 참 많이도 인용했었던 문구였지만
이 말은 하기좋고 듣기 좋은 말일뿐, 生死가 어찌 하나일리가 있겠는가.
나도 때론 진정한 내가 아니듯이
生은 生이요, 死는 死일뿐 생사는 진정한 一如가 아니더라.
 
말하기 좋아하는 옛 선인들이 "가고 옴이 자유롭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순 샛빨간 거짓말로, 그렇게 말한 옛 先賢과 高僧, 道士들 중에서 진정으로 '가서 다시 돌아온 者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돌아 갔던 그곳이 좋아서 안돌아 오는지 오르겠지만,
옛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이승이 저승보다 더 좋을 수도 있는 법인데도
어찌 안돌아 온단 말인가?
소위 道를 닦았다는 그 자신도 못오는 것을 '가고 옴이 자유롭다'라고 했으니 이 또한 口業을 짓는 일일터.....
 
壬辰年 한 해 全 世界의 수 많은 山野를 헤매고 다니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體得했으니
自然이 바로 道로, 道法自然이더라.
道를 道라고 말할 때는 이미 道가 아니더라.
그래서 人世에 膾炙되는 名著 '道德經'을 지은 老子 李耳도 "道可道非常道'라고 했으리라.
 
道山을 오르는 求法(道)者들은 새겨 들었으면 해서 아침에 이글을 올린다.
 
                                                                                   壬辰    晩冬에